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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법칙 /진은영

시치 2009. 10. 8. 17:36

연애의 법칙   진은영




   너는 나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어제 백리향의 작은 잎들을 문지르던 손가락으로.
   나는 너의 잠을 지킨다
   부드러운 모래로 갓 지어진 우리의 무덤을 낯선 동물이 파헤치지 못하도록.
   해변가의 따스한 자갈들, 해초들
   입 벌린 조가비의 분홍빛 혀 속에 깊숙이 집어넣었던
   하얀 발가락으로
   우리는 세계의 배꼽 위를 걷는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포옹한다
   수요일의 텅 빈 체육관, 홀로, 되돌아오는 샌드백을 껴안고
   노오란 땀을 흘리며 주저앉는 권투선수처럼

 

 

 

 

 

 계간 『창작과비평』2006년 가을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