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의 개뼉다귀
박태건
개는 죽어서도 습성을 잊지 못하고
저수지를 꽉 물고 있다.
물가에 밀려온
물의 근육이 팽팽하다.
개는 뜨거운 혀를 견딜 수 없어
저수지로 왔을 것이다.
저수지의 물을 다 마셔버리기 위해
과감히 뛰어들었을 것이다.
개는 짖는다.
개뼉다귀는 소리로 단단해졌음으로
침묵할 수 없는 근성으로,
마을의 개들이 따라서 짖는다.
개가 짖는 것은 몽둥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
실컷 욕해줄 것이 있다는 듯이,
산을 깨우며 짖는다.
혀를 빼물고 짖는다.
결국엔
온몸이 입이 된
저수지가 따라 짖는다.
—계간《서시》200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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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건 / 전북 익산 출생. 1995년 《시와반시》신인상으로 등단. 대산창작기금 수상. 『나그네는 바람의 마을로』등.
출처 : 푸른 시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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