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들르다 /이병률
내 전생을 냄새 없고 보이지 않는 것으로 살았다면 서쪽으로 서쪽으로만 고개를 드는 바람이었을 것이고
내 전생에 소리내어 사람 모은 적 있었다면 노인의 품에 안겨 어느 추운 저녁을 지키는 아코디언쯤이었을 것이고
그 전생에 일을 구하여 토끼 같은 자식들을 먹여 살렸더라면 사원에 연못을 파며 땟국 전 내력을 한스러워하는 노예였을 것이고
그전 전생에도 방랑을 일삼느라 한참을 떠돌았다면 후생에라도 다시 살고 싶어지는 곳에 돌 하나 올려놓았을 것이고
하여 이 생에서는 이리도 무겁고 슬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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