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조용한 봄
- 이영옥
날계란 한 판 속에는 한판의 침묵을 삼킨 부리들, 적막한 부리들이 물고 있는 개나리 그늘 수십 평, 그늘 밑에서 심장을 데우는 씨앗의 안간힘, 안간힘으로 알을 깨고 나온 김이 오르는 머리통, 보드랍고 촉촉한 머리통 아래에 잡힌 눈주름, 눈주름을 밀면 산초열매같이 반짝이는 까만 눈동자, 아직 어둠을 알아보지 못하는 순진무구한 눈망울을 따라가면 말랑말랑하게 뜸이 들고 있는 구수한 흙, 잘 익은 흙을 헤집고 싶은 발톱의 근질거림, 뻗대는 잔발들을 달래고 있는 알곡의 조바심, 모락모락, 조잘조잘, 비릿비릿한, 갓 태어날 무른 것들을 모르는 척, 침묵부터 익힌 생달걀 한 판이 곤두서있다 생각을 가만히 굴리고 있는 서른 개의 정적, 즐거운 상상으로 움찔움찔 한판의 귀가 진저리를 치며
- 1960년 경주 출생.
2004년『시작』신인상
2005년『동아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사라진 입들>천년의시작 2007
출처 : 폴래폴래
글쓴이 : 폴래폴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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