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 고영
너……라는 말 속에는 슬픔도 따뜻해지는 밥상이 살고
너……라는 말 속에는 눈곱 낀 그믐달도 살고 너……라는 말 속에는 밤마다 새 떼를 불러 모으는 창호지문도 살고 너……라는 말 속에는 물구나무 선 채 창밖을 몰래 기웃거리는 나팔꽃도 살고 너……라는 말 속에는 스스로 등 떠밀어 희미해지는 바람도 살고 너……라는 말 속에는 진즉에 버렸어야 아름다웠을 추억도 살고 너……라는 말 속에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약속 그래서 더욱 외로운 촛불도 살고너……라는 말 속에는 죽음도 두렵지 않은 불멸의 그리움도 살고 너……라는 말 속에는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슬픔을 안고 괴로워하는 상처도 살고
너……라는 벼락을 맞은 뼈만 남은 그림자도 살고
시집『너라는 벼락을 맞았다』문학세계사 2009
□ 시인의 말
나 하나 살자고 너무 멀리 와버렸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잃었다.
내 곁엔 늘 벼락만이 존재하고 있었으므로,
모두들 나를 떠나갔다.
아니, 떠나보냈다.
하지만 이젠 그마저도 덕분으로 알고 살 것이다.
덕분에 나는 살 것이다.
2009년 4월
고영
- 1966년 경기 안양 출생, 부산에서 성장.
2003년《현대시》등단.
시집<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현재《내일을 여는 작가》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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