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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창 / 유현숙

시치 2009. 6. 24. 01:18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창

 

                                          -유현숙 

 

 

 

 장맛비가 길다

 내다보이는 마당 귀퉁이가 멀다

 젖은 손마디에서 여자 나이가 짚인다

 마흔 아홉 여자 나이는 머릿속에다 서캐가 집을 지은듯

 사는 것이 가렵다

 양푼 한 가득 비빔밥을 비벼 먹고도 벌컥벌컥

 물 사발을 들이키는 나이다

 에이 잡것! 하며 돌아누우면 남자 하나쯤 까맣게 잊는 나이다

 떼인 곗돈이 그 에이 잡것, 보다 커 보이는 나이다

 막소주 두 잔이면 창자 속이 펄펄 끓어 물박달나무 같이

 오기를 세우는 나이다

 그러다가 헐렁해져서 풀썩 무너지기도 하는 나이다

 사는 게 별거냐며 크게 한 번 트림하고

 두 발 쭈욱 뻗고 누워서 가랑이 사이가 깊어지는 나이다

 여자, 마흔 아홉은

 멍든 辭說과 자잘한 각주를 줄기마다 매 단

 한 그루 둥치 굵고 그늘 넓은 후박나무가 되는 나이다

 그 후박나무 둥치에 노새처럼 고삐 묶여

 옛 후원이나 빙빙 도는

 빙빙 돌면서도 왜 도는지 심드렁한 나이다

 축축하고 지루해져 하품이나 해대는 그 여자 나이가

 마흔 아홉이다

 

 

 

                 『시현실』2007년 봄호

 

 

 

 

                      경남 거창 출생.

                      2001년『동양일보』신춘문예 당선

                      2003년『문학·선』등단

                      온시 동인, 시산맥회원

                      시집<서해와 동침하다>

 

 

 

 

출처 : 폴래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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