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창
-유현숙
장맛비가 길다
내다보이는 마당 귀퉁이가 멀다
젖은 손마디에서 여자 나이가 짚인다
마흔 아홉 여자 나이는 머릿속에다 서캐가 집을 지은듯
사는 것이 가렵다
양푼 한 가득 비빔밥을 비벼 먹고도 벌컥벌컥
물 사발을 들이키는 나이다
에이 잡것! 하며 돌아누우면 남자 하나쯤 까맣게 잊는 나이다
떼인 곗돈이 그 에이 잡것, 보다 커 보이는 나이다
막소주 두 잔이면 창자 속이 펄펄 끓어 물박달나무 같이
오기를 세우는 나이다
그러다가 헐렁해져서 풀썩 무너지기도 하는 나이다
사는 게 별거냐며 크게 한 번 트림하고
두 발 쭈욱 뻗고 누워서 가랑이 사이가 깊어지는 나이다
여자, 마흔 아홉은
멍든 辭說과 자잘한 각주를 줄기마다 매 단
한 그루 둥치 굵고 그늘 넓은 후박나무가 되는 나이다
그 후박나무 둥치에 노새처럼 고삐 묶여
옛 후원이나 빙빙 도는
빙빙 돌면서도 왜 도는지 심드렁한 나이다
축축하고 지루해져 하품이나 해대는 그 여자 나이가
마흔 아홉이다
『시현실』2007년 봄호
경남 거창 출생.
2001년『동양일보』신춘문예 당선
2003년『문학·선』등단
온시 동인, 시산맥회원
시집<서해와 동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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