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다시는
- 최영미
시를 쓰지 않으마
불을 끄고 누웠는데……
옆으로, 뒤로, 먼지처럼 시가 스며들었다.
오래 전에 죽은 단어들이
하나둘 달빛에 살아 움직여도,
나는 연필을 들지 않았다.
다시는 너를 찾지 않겠어
감각의 창고를 정리하고
밥이 될 든든한 집으로 이사가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불렀다.
떠나지 말라고
내 손에 꽃을 쥐여주며
다시는 사랑 따위에 나를 주지 않으마
굳게 걸어잠그고
돌아섰는데……
밖에 무언가 어른거려,
바람의 그림자에 속아
아까운 잠이 달아났다.
시집『도착하지 않은 삶』2009.문학동네
- 서울 출생. 서울대 서양사학과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1992년『창작과비평』등단.
출처 : 폴래폴래
글쓴이 : 폴래폴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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