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소리
주 재 규
어둠이 줄지어 설 때 알리라
갎 곳을 몰라 거리에서 붙들린 시간은
따라 잡는 별빛으로 걸음을 늦춘다는 것을.
잠자는 갈대의 숨결이 긴 한숨으로 나뒹굴고
달에 비치는 밤새 소리는 새벽과 같이
꿈을 줄다리기한다는 것을.
내가 별빛이 지키고 있는 들녘에 서서
흐린 눈으로 밤의 향기에 취할 때
기난긴 꿈이 끝나는 샛길로 걸어온 아침은
마침내 둥그런 해를 내 뱉지만
자유로운 새벽 들판에는 밤새 꿈꾸었던 풀 이슬이
이파리마다 동그랗게 구슬을 꿰고 몸을 굴려서
저마다 햇살의 입술에 달콤한 빛을 뿌려도
해는 알몸으로 희생된 이슬의 사랑을 알지 못한다
나는 어지러운 바람을 호주머니에 구겨 넣고
낮은 포복으로 기다린다
별빛이 풀잎을 타고 구르는 소리를.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가진
우리의 꿈에 날카로룬 촉각을 만들어라
예지가 시퍼런 불꽃을 촘촘히 밝혀둔 밤하늘은
고통의 수렁에서 건져 낸
내 빛나는 보석에 난 상처를 휑군다
별빛이여, 그대는 알리라
언젠가 반짝거리며 차가운 창문 틈으로
내 눈이 환하게 밝아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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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제20회 신라문학대상 시부문 당선작이다. 930여편의 응모작 중에서 고르고 고른 작품이다. 내가 심사를 해서 뽑은 작품이라서 애착이 간다.
나는 심사평을 이렇게 썼다
'대체로 응모작들의 수준은 높았다. 70여명의 응모작 대부분이 시의 위의나 시정신을 이해하고 창작에 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의 소재와 주제 그리고 언어의 상관성을 융합하여 각자의 개성 있는 메시지 창출에 열정을 쏟았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 상의 역사와 전통을 감안하여 먗 가지 기준을 설정하고 심사에 임했다. 우선 어휘력에 중점을 두었다. 시와 언어의 불가분성을 감안하여 시적 대상물에 대해서 신선하면서도 흡인력 있는 묘사가 이루었는가. 소재에 대해서 충만된 이미지의 투영으로 주제를 연결시켜서 공감을 확대하고 있는가. 그 표현과 주제가 건전한가 등으로 세분해서 장시간 작품 읽기와 논의가 계속되었다.
그 결과 '별빛 소리'와 '숲 속에서' 그리고 '희수염 고래를 기다리며'와 '광명이발소' 등의 작품이 언어 구사와 주제의 선명에 근접하는 작품으로 압축하여 거듭 논의한 바 '별빛 소리를 당선작으로 선하였다
이는 '별빛이 풀잎을 타고 구르는 소리' 등의 언어가 포괄하는 시적 정황과 묘사사가 남다르다는 점을 주시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는 언어의 함축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미사여구의 동원만이 시적 형상화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그 소재에 합당한 언어의 조화가 이루어지고 선명한 주제의 도출이 탐색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치열한 정진이 있기를 바란다.'
지난 12월 24일 경주 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시상식이 있어서 내가 참석하여 심사경위보고를 했다. 경주시장을 비롯하여 윤재근 한양대 명예교수가 참석하여 축사를 했다. 300여명의 하객이 참석하여 대성황을 이루었다. 상금 600만원.(김송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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