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꽃나라를 세운 원예가 - 유박

시치 2009. 2. 3. 21:41

꽃나라를 세운 원예가 - 유박

 

유박은 문화유씨로 1730년대에 태어나 1787년에 죽었다. 실학자로 유명한 유득공의 7촌 당숙인데, 과거도 벼슬도 마다하고 황해도 배천군 금곡에서 백화암이라고 하는 화원을 경영하며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당시만 하여도 꽃을 가꾸는 일은 선비가 ‘사물을 탐닉하고 의지를 손상하는’ 일로 비판 받았지만, 그는 평생을 꽃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한다. 꽃을 사랑하고 수입하는 유박의 열정을 한 번 들여다보자.

 

“그는 온갖 꽃을 구해다 심었다. 새로운 꽃이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불원천리 찾아갔다. 심지어는 외국의 선박에서 외국종 꽃을 구해오기도 하였다. 유박의 정성에 감복한 집안사람과 마을 사람들, 그리고 어부들까지 그를 위해 꽃 심는 일을 도와주고 멀리서 꽃을 구해다 주었다.”(본문 중에서)

 

모두 꽃을 좋아하는 그에게 동화되어 나온 행동이다. 그는 동으로 벽란도 서쪽으로 중국 청주 남쪽으로 제주와 강진에서부터 온갖 꽃을 구해다 심었다고 한다. 나중에는 주변사람들이 감복하여 그의 꽃 수집에 발 벗고 나섰으며, 사공들은 운임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화원을 경영한 지 십년이 되자 유박은 오늘날로 치면 꽃 박물관이라 할 수 있는 우화재와 백화암이란 집을 짓고 저명한 문인들에게 알려 글을 부탁하기도 한다. 명문장으로 이른 높은 많은 남인 학자들이 그에게 글을 부쳤다고 한다. <조선의 프로페셔널> 유박 편에는 남인학자들이 쓴 글과 유박 자신이 <화암기>에 나오는 글 중 일부가 소개되어 있다.

 

백화암을 짓고 화원을 경영한지 이십년이 되는 무렵 유박은 <화목품제>라는 특이한 책을 저술한다. 꽃을 모두 9등급으로 나누어 정리하였는데 바로 다음과 같다.

 

▲ 1등: 매화, 국화, 연꽃, 대나무, 소나무. 기준은 고표일운(高標逸韻)

▲ 2등: 모란, 작약, 왜홍(倭紅), 해류(海榴), 파초. 기준은 부귀(富貴)함

▲ 3등: 치자, 동백, 사계(四季), 종려, 만년송(萬年松). 기준은 운치(韻致)

▲ 4등: 화리(華梨), 소철, 서향화(瑞香花), 포도, 귤. 기준은 운치(韻致)

▲ 5등: 석류, 복사꽃, 해당, 장미, 수양버들. 기준은 번화(繁華)함

▲ 6등: 두견, 살구, 백일홍, 감, 오동. 기준은 번화(繁華)함

▲ 7등: 배, 정향(庭香), 목련, 앵두, 단풍. 기준은 제각각의 장점을 취한다. 이하 같다.

▲ 8등: 목근(木槿·무궁화), 패랭이꽃, 옥잠화, 봉선화, 두충.

▲ 9등: 규화(葵花, 접시꽃), 전추사(剪秋紗), 금전화(金錢花), 창잠, 화양목(華楊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