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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마흔 번의 낮과 밤 / 권혁웅

시치 2008. 8. 2. 01:50

 

                                  사진 <음악이 좋아서>님의 블로그에서

 

 

흔 번의 낮과 밤 / 권혁웅

 

불혹은 일종의 부록이거나

부록의 일종이다

 

몸 여기저기 긴 절취선이 나 있다 꼬리를 떼

어낸 자국이다  아무도  따라 흔들리지 않았

으므로 몸은 크게벌린 입처럼 둥글다  제 자

신을 다 집어 넣을 때까지 점점 커질 것이다

저녁은 그렇게 온다

 

자다가 깨어날 때에는 꼭 뒤튼 자세다 작은

물길 하나가 여기저기 부딪혀 흘렀다 내 등

본은 패이고 깎여나간 것 투성이다  삼각주

에 관해서는 말할 것이 없으므로 침대는 먼

데서 날아온 것들로 버석 거린다

 

내 방은 우물이 아니어서 돌을 던져도 아무

소리가 안 난다 새벽은 절취선처럼 온다 일

렁이는 빛이 다 물살이다 그걸 마저 뜯어내

거나 바닥에 닿으려면 몇 십년을 더 기다려

야 한다

 

「매일경제」2008년 7월 10일 A38면

 

[시평]

   나이가 40줄에 접어들었다는 건  슬프게도  열

정의 시간이  지났다는 뜻이다.  불혹은   열정보

다는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좋

기도  하지만  또 그래서 슬프기도 하다. 그때 돌

아보는  인생은  시인의  말처럼 '패이고 깎여 나

간 것'  투성이다.  인생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나이를  먹을수록 깨닫는다.  깨닫는  그 순간

삶은 또 계속된다.

 

허연 기자/시인

 

[참고사항]


'나이 사십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40세가 인생(人生)의 길에 있어 어떤 위치가 되어야 하는가를 시사(示唆)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 속에서 나이{연령(年齡), 연세(年歲), 춘추(春秋)}라는 것은 자신의 삶의 척도 그 이상 가는 것이기에, 나이에 대한 올바른 정립은 삶의 설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인생을 포괄해서 절정 시기라고 할 수 있는 40세의 나이를 우리는 '不惑(불혹)'의 나이라고 합니다. 어떤 것에 대해서도 의혹되지 않는 삶. 완전한 삶 그것이 '不惑'인 것입니다. 이는 동양철학사상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유가(儒家)의 경전(經典) 《논어(論語)》에서 어원(語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연령

성어

의 미 / 유 래

농장
(弄璋)

득남(得男), 아들을 낳으면 구슬{璋} 장남감을 주는데서 유래. 아들을 낳은 경사 - 농장지경(弄璋之慶)

농와
(弄瓦)

득녀(得女), 딸을 낳으면 실패{瓦} 장난감을 주는데서 유래. 딸을 낳은 경사 - 농와지경(弄瓦之慶)

2세
-3세

제해
(提孩)

제(提)는 손으로 안음, 孩(해)는 어린아이, 유아가 처음 웃을 무렵(2-3세). *해아(孩兒)도 같은 의미로 사용.

15세

지학
(志學)

공자(孔子)가 15세에 학문(學問)에 뜻을 두었다는 데서 유래.

육척
(六尺)

주(周)나라의 척도에 1척(尺)은 두 살반{二歲半} 나이의 아이 키를 의미.- 6척은 15세.* cf) 삼척동자(三尺童子)

16세

과년
(瓜年)

과(瓜)자를 파자(破字)하면 '八八'이 되므로 여자 나이 16세를 나타내고 결혼 정년기를 의미함.
* 남자는 64세를 나타내면서 벼슬에서 물러날 때를 뜻함. - 파과(破瓜)

20세

약관
(弱冠)

20세를 전후한 남자. 원복(元服;어른 되는 성례 때 쓰던 관)식을 행한데서 유래.

방년
(芳年)

20세를 전후한 왕성한 나이의 여자. 꽃다운{芳} 나이{年}를 의미.

30세

이립
(而立)

공자(孔子)가 30세에 자립(自立)했다는 데서 유래.

40세

불혹
(不惑)

공자(孔子)가 40세에 모든 것에 미혹(迷惑)되지 않았다는 데서 유래.

강사
(强仕)

{예기}에 "四十曰强 而仕 - 40세을 강(强)이라 하는데, 이에 벼슬길에 나아감{仕}"에서 유래. * 强(강) 마흔살

48세

상년
(桑年)

상(桑)의 속자(俗字)는 '十'자 세 개 밑에 나무 목(木)을 쓰는데, 이를 파자(破字)하면 '十'자 4개와 '八'자가 되기 때문.

50세

지명
(知命)

공자(孔子)가 50세에 천명(天命:인생의 의미)을 알았다는 데서 유래. "知天命"의 준말

60세

이순
(耳順)

공자(孔子)가 60세가 되어 어떤 내용에 대해서도 순화시켜 받아들였다는 데서 유래

61세

환갑
(還甲)
회갑
(回甲)

환력(還曆). 태어난 해의 간지(干支)가 되돌아 간다는 의미. 곧 60년이 지나 다시 본래 자신의 출생년의 간지로 되돌아가는 것. 풍습에 축복(祝福)해 주는 잔치를 벌임

화갑
(華甲)

화(華)자를 파자(破字)하면 십(十)자 여섯 번과 일(一)자가 되어 61세라는 의미.

62세

진갑
(進甲)

우리나라에서 환갑 다음해의 생일날. 새로운 갑자(甲子)로 나아간다{進}는 의미

70세

종심
(從心)

공자(孔子)가 70세에 마음먹은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데서 유래. 從心所欲 不踰矩에서 준말.

고희
(古稀)

두보(杜甫)의 시 '곡강(曲江)'의 구절 "人生七十古來稀{사람이 태어나 70세가 되기는 예로부터 드물었다}"에서 유래.

71세

망팔
(望八)

팔십살을 바라 본다는 의미. 70세를 넘어 71세가 되면 이제 80세까지 바라는 데서 유래.

77세

희수
(喜壽)

희(喜)자를 초서(草書)로 쓸 때 "七十七"처럼 쓰는 데서 유래. 일종의 파자(破字)의 의미.

80세

산수
(傘壽)

산(傘)자의 약자(略字)가 팔(八)을 위에 쓰고 십(十)을 밑에 쓰는 것에서 유래.

81세

반수
(半壽)

반(半)자를 파자(破字)하면 "八十一"이 되는 데서 유래

망구
(望九)

구십살을 바라 본다는 의미. 81세에서 90세까지를 기원하는 장수(長壽)의 의미를 내포함.
* '할망구'로의 변천

88세

미수
(米壽)

미(米)자를 파자(破字)하면 "八十八"이 되는 데서 유래.
혹은 농부가 모를 심어 추수를 할 때까지 88번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데서 유래.

90세

졸수
(卒壽)

졸(卒)의 속자(俗字)가 아홉 구(九)자 밑에 열 십(十)자로 사용하는 데서 유래

동리
(凍梨)

언{凍} 배{梨}의 뜻. 90세가 되면 얼굴에 반점이 생겨 언 배 껍질 같다는 데서 유래.

91세

망백
(望百)

백살을 바라 본다는 의미. 역시 장수(長壽)의 축복,기원

99세

백수
(白壽)

백(百)에서 일(一)을 빼면 백(白)자가 되므로 99세를 나타냄. 파자(破字)의 뜻

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자왈오십유오이지우학)하고
三十而立(삼십이립)하고 四十而不惑(사십이불혹)하고
五十而知天命(오십이지천명)하고 六十而耳順(육십이이순)하고
七十而從心所欲(칠십이종심소욕)하되 不踰矩(불유구)라. <爲政(위정편)>

* 공자가 말하기를 "나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30에 확고히 섰고, 40에 의혹되지 않고, 50에 천명을 알았고, 60에 귀가 순해졌고, 70에 마음이 하고 싶은 바를 따르더라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 *

윗 글에서 유래가 되어 15세는 '지학(志學)', 30세는 '이립(而立)', 40세는 '不惑', 50세는 '지천명(知天命; 혹은 知命)', 60세는 '이순(耳順)', 70세는 '종심(從心)'이 나이를 의미하는 용어들로 사용되었습니다.

아래에 정리한 것처럼 연령을 의미하는 말들은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몇 살이 무엇이다'라고 하는 지식적인 용어의 암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요.
특히 혈기 왕성한 젊은 패기를 지닌 사람들이라면 이런 연령을 의미하는 용어들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인생 설계를 함에 있어 계획적인 원대한 포부를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약관(弱冠)'의 의미가 바로 그렇습니다. 역시 유가(儒家) 경전의 하나인 《예기(禮記)》〈곡례편(曲禮篇)〉에 "二十曰弱하니, 冠이라"하여 '20세는 약(弱)이라 해서 갓을 쓴다'는 뜻인데, 그 의미는 갓을 쓰는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은 연약한 존재라는 점을 주지하는 것입니다.



     

     

     

    출처 : 시와 창작
    글쓴이 : 심은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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