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 송찬호 만년필 / 송찬호 이것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인가 만년필 끝 이렇게 작고 짧은 삽날을 나는 여지껏 본적이 없다 한때, 이것으로 허공에 광두정을 박고 술 취한 넥타이나 구름을 걸어 두었다 이것으로 경매 에 나오는 죽은 말대가리 눈화장을 해주는 미용사 일도 하였다 또 한때, 이것으로 근엄.. 좋은시 다시보기 2009.04.13
다리 / 고영조 다리 / 고영조 전화가설공 김씨는 공중에 떠있다. 그는 허공을 밟고 활쏘는 헤라클레스처럼 남쪽하늘을 팽팽히 잡아당긴다. 당길 때마다 봄 하늘이 조금씩 다가왔다. 공중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 들린다. 사랑해요. 화살처럼 달려가는 중이다. 붉은 자켓을 펄럭이며 그는 지금 길을 닦는 중이다. 하늘을.. 좋은시 다시보기 2009.04.13
그 여자네 집/김용택 그 여자네 집 /김용택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속에 깜박깜박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 좋은시 다시보기 2009.04.13
목화밭 지나서 소년은 가고/ 박상순 2006 현대문학상 수상 작 목화밭 지나서 소년은 가고 詩 박상순 목화밭이 있었다 - 한 사람이 있었다 목화밭이 있었다 - 내가 있었다 한 사람이 있었다 - 무릎이 깨진 백색의 소년이 거기 있었다 목화밭 지나서 소년은 가고 무릎이 깨진 백색의 소년은 가고 너는 아직도 목화밭에 있구나 너는 아직도 남.. 좋은시 다시보기 2009.04.13
[스크랩] [애송시 100편 - 제 62편] 눈물 / 김현승 ▲일러스트=잠산 [애송시 100편 - 제 62편] 눈물 / 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生命)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들이라 하올제, 나의 가장 나아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하신 .. 좋은시 다시보기 2009.04.13
[스크랩] 해바라기의 비명 고개숙인 해바라기-해바라기의 비명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가 떠오른다. 활기 넘치고 행복해 보이는 노랗고 정열적인 해바라기 모습과는 전혀 다른 여기에는 불타는 듯한 강렬한 색깔이나 춤추는 듯한 모습도 보이지 않고 번민에 휩싸인 듯 고개를 숙여 버린 한 계절을 뒤로한 시든 해바라기의 모.. 좋은시 다시보기 2009.04.13
저 곳 참치 / 최호일 저 곳 참치 / 최호일 참치를 보면 다른 별에 가서 넘어지고 싶어진다 동그란 깡통 참치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바다를 헤엄쳐 다녔는지 깡통 속에서 살이 통통하게 쪘는지 지느러미와 내장이 없다 참치는 좀 더 외로운 모습으로 진화해 온 듯하다 먼 훗날 비행접시를 타고 바닷가에 내린 어느 외계인처.. 좋은시 다시보기 2009.04.13
살얼음에 대하여/조정권 살얼음에 대하여/조정권 추운 생명으로 왔지요. 추운 몸으로 왔어요. 늦은 밤이었지요. 갈 곳 없는 맨바닥에서 추운 생명처럼 태어났어요. 이 밤 어느 곳에 고여 있을 그대들. 수없는 밤 고여 있었던 그대들. 머리맡에 밤바람이 주저리주저리 한 말. 그 밑바닥 말. 바닥에 가 닿은 말. 그대를 잉태한 북.. 좋은시 다시보기 2009.04.10
[스크랩] [이 아침의 시] 등잔/신달자 [이 아침의 시] 등잔/신달자 이건청주간 등잔 신달자 인사동 상가에서 싼값에 들였던 백자 등잔 하나 근 십 년 넘게 내 집 귀퉁이에 허옇게 잊혀져 있었다 어느 날 눈 마주쳐 고요히 들여다보니 아직은 살이 뽀얗게 도톰한 몸이 꺼멓게 죽은 심지를 물고 있는 것이 왠지 미안하고 안쓰러워 다시 보고 다.. 좋은시 다시보기 2009.03.25
만삭/고영민 만삭/고영민 새벽녘 만삭의 아내가 잠꼬대를 하면서 운다. 흔들어 깨워보니 있지도 않은 내 작은마누라와 꿈속에서 한바탕 싸움질을 했다. 어깨숨을 쉬면서 울멍울멍 이야기하다 자신도 우스운 듯 삐죽 웃음을 문다. 새벽 댓바람부터 나는 눈치 아닌 눈치를 본다. 작은마누라가 예쁘더냐, 조심스레 물.. 좋은시 다시보기 2009.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