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서
눈물 흘리는 가련한 연인아
솔직하게 말해보렴
나 때문이 아니지
나를 피해 딴 짓 하던걸
내가 모를 줄 아냐
안 봐도 비디오
안 들어도 오디오
너 자꾸 오버 하지 마.
위의 글은
요즘 학생들에게 유행하는 노래 가사 이다
이 노래를 들으니
웃음 짓는 일이 생각난다
부처님 법을 전하기 위해
대학가에 다닐 때의 일이다
옛날엔 신촌 일대를 떠돌아다니며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별 신통한 일은 없었다
학생들이 내 말에 긍정을 하기는 하지만
집도 절도 없는
신분이 확실치 않은 떠돌이 몸이라 그런지
썩 내키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인터넷이 생기고부터는
상황이 많이 틀려졌다
내 신분은 인터넷 글들로 인정을 받고
학생들이 믿기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방대한 부처님 법을 전하기란 매우 어렵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불교란
“꼴타부리한 옛날 이야기 같은 종교이며
머리 아픈 종교“라 하였다
그러다
학생들을 한방에 끌어들일 묘수를 찾아낸 것이
“막걸리 한말과 짜장면 내기”이다
학생들의 최고 관심은
사주팔자와 손금보기 그리고
이성간의 교제 문제이었다
이들에게
난 사주팔자를 보지 못하지만
사주팔자를 바꿀 수 있는 법이며
손금을 보지 못하지만
손금을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학생들의 관심은
점점 더 고조되었지만
사주팔자와 손금은
증명해 보이긴 시간이 많이 걸려
쫌 그렇단다
그래서
단박에 증명해 보이는 것을 선택한 게
“너 남자 친구 있니?”
“너 여자 친구 있니?”
“서로 좋아하니?”
“장래를 약속할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하니?”
등등의 질문을 던지며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예견해 주는
독특한 주문과 기도법이 있다고 알린다
그것이
“모다라니”와 “지장 참회 기도 7일간”이다
대학노트에 “모다라니” 한권을 사경하였을 경우
사귀고 있는 이성이 진실한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설명을 했다
“7일간 지장 참회기도”역시
미래의 불확실성을 증명해 보인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모다라니” 한권을 사경을 했을 때도
변동이 없고 더더욱 믿음이 가는 친구로 있을 때는
“자장면” 한 그릇을 보시받기로 하고 . . .
변동이 있어
나 말고 또 달리 딴 짓을 하고 있는 친구라면
“딱! 걸렸네” 가 되었을 때도
“자장면” 한 그릇을 보시받기로 하였는데
웃기게도
대다수가 “딱! 걸렸네” 가 되어 버렸다
사랑이 오면 사랑을 하면 되고,
또 사랑하다 헤어지게 될 때
자연스레 이별을 받아들일 수도 있어야 하지만
학생들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사람의 인연이란 것이
막상 결혼이란 연에 까지 생각하게 될 때에
평생을 같이 할 수가 있을까하는 의구심 때문에
이 방법은 묘하게도 “딱! 맞았다”
소유할 수 없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너무 많은 이해심은 무관심일 뿐
우리 대한 사랑은 절대하지 말아라
구속할 수 있다는 건 사랑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사랑할 때 목숨을 거는 거다.
이별이란 두려움에 무릎 꿇지 않는다.
사랑에 빠졌을 때 가요는 듣지 마라
지금까지 한 얘기는 내 마음이다.
며칠 전에 너의 호출기 비밀번호 바꿨더구나
내가 알면 큰일 날까봐 몰래 얼른 바꿨냐
그렇다고 모를 줄 아냐
아이큐가 소숫점이냐
안 봐도 비디오 안 들어도 오디오
머리 굴리지 마라
학생들의 견해는 바뀌기 시작했고
‘이 사람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에서
점차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 “다라니”가 본인들의 수호신이라
점점 소문나기 시작했고
하나 둘 부처님 법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도
어느 대학생을 만나 종교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종교가 없다 한다
부모님들은 절에를 다니지만
절에 다닌다고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가정이라
본인은 별로라며 “무종교가 상팔자”란다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남자친구가 있다고 으쓱한다
사랑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럼요, 사랑하지요”
장래에 결혼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고
자랑 자랑이다
슬그머니 장난기가 동한다
무얼 믿고 장래를 약속하느냐고 물어보았더니
학생이 뽀루퉁하며
“사랑하니까 장래를 약속하지요, 뭐”한다
법정스님의 글에서 이던가
“사랑에 빠지면 눈도 멀고 귀도 멀어
쓰잘데기 없는 지껄임도
음악으로 오해할 수 있다”란 말이 떠오른다
학생아이가 다가와
휴대폰에 찍혀있는 남자친구를 보여주며
“관상이 어때요?” 한다
“훌륭한 아이로구먼”하니
아이가 좋아 어쩔 줄 모른다
그러나 미래는 알 수 없는 일
그것이 좋은 인연이 될지 악연이 될지 . . . .
이 말에
아이의 귀가 솔깃한다
어떻게 하면 알 수 있느냐고 하길 래
“다라니”사경을 일주일만 하면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일주일 후 묘하게도
남자친구가 본인 말고도 여러 여자친구와
이런 저런 사이란 것을 알게 된다
“딱! 걸렸다”
“부처님이 아니면 속고 살았을 거야”
“이성간의 교제에 이런 방법이 있을 줄이야”
“짜식!
내 아이큐가 소숫점인 줄 알았겠지만 . . 훗훗훗
너야말로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는
아이큐가 소숫점이란 것을 모르겠지 . . .”
메세지에 음성 남긴 게 혹시 너 아니냐
헤어지자 그만 만나자
더 이상 못 만나겠다
나를 피해 딴 짓 하던걸 내가 모를 줄 아냐
안 봐도 비디오 안 들어도 오디오
너 자꾸 오버 하지마
그렇다고 모를 줄 아냐
아이큐가 소숫점이냐
안 봐도 비디오 안 들어도 오디오
머리 굴리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