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스크랩] 수문 양반 왕자지 / 이대흠

시치 2006. 8. 31. 23:58

수문 양반 왕자지 / 이대흠

 

 

예순 넘어 한글 배운 수문댁

몇 달 지나자 도로 표지판쯤은 제법 읽었는데

 

자응 자응 했던 것을

장흥 장흥 읽게 되고

과냥 과냥 했던 것을

광양 광양 하게 되고

광주 광주 서울 서울

다 읽게 됐는데

 

새로 읽게 된 말이랑 이제껏 했던 말이랑

통 달라서

말 따로 생각 따로 머리 속이 짜글짜글 했는데

 

자식 놈 전화 받을 때도

옴마 옴마 그래부렀냐? 하다가도

부렀다와 버렸다 사이에서

혀가 쎄와 엉켜서 말이 굳곤 하였는데

 

어느 날 변소 벽에 써진 말

수문 양반 왕자지

그 말 하나는 옳게 들어왔는데

 

그 낙서를 본 수문댁

입이 눈꼬리로 오르며

그람 그람 우리 수문 양반

왕자거튼 사람이었제

왕자거튼 사람이었제

 

* 쎄 - '혀'의 전라도 방언

 

 

........<애지> 2005, 겨울호

 

출처 : e 시인회의
글쓴이 : 제비꽃 원글보기
메모 :

'시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호승시모음  (0) 2006.09.17
강은교시모음  (0) 2006.09.17
순금/정진규. 물을 건너다가/이성선  (0) 2006.09.15
저녁/김근  (0) 2006.08.31
[스크랩] 토마토 / 마경덕  (0) 200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