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사막 / 손영희
아버지, 간밤에 말이 죽었어요
그때 고삐를 놓은 건지 놓친 건지
쏟아진 햇살이 무거워 눈을 감았을 뿐
한 발 올라가면 두 발 미끄러지는
잿빛 모래언덕도 시간을 허물지 못해
이곳은 지평선이 가둔 미로의 감옥입니다
한세월 신기루만 쫓다가 허물어지는
사방이 길이며 사방이 절벽입니다
아버지, 간밤에 홀연히 제 말이 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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