墨梅
고양이 발자국이 점점이 다녀간 후
매화
먹 가지에
물오르는 환한 밤
우물에 별자리인 양 뜨고 있는 괭이눈꽃
가느다란 붓끝이 찍고 간 눈동자에
별빛
모아
불꽃일 것만 같다
봄밤에 다녀가시라고
끈
풀어놓는다
*표암 강세황(1713~1791)의 「墨梅圖」.
-격월간<유심> 2011년 3,4월호
별
연필을 깎아주시던 아버지가 계셨다
밤늦도록 군복을 다리던 어머니가 계시고
마당엔 흑연 빛 어둠을 벼리는 별이 내렸다
총알 스치는 소리가 꼭 저렇다 하셨다
물뱀이 연못에 들어 소스라치는 고요
단정한 필통 속처럼 누운 가족이 있었다
-2008년
⸺계간 《열린시학》 2021년 가을호
제21회 고산문학상 시조부문 수상자의 대표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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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연 / 1955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를 졸업하고 1980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빈들의 집』 『서역 가는 길』 『달집태우기』 『명창』 『엎드려 별을 보다』 『깨끗한 절정』과 시조선집 『저 혼자 꽃 필 때에』 『아프지 않다 외롭지 않다』 『꽃벼랑』이 있고 일역시조집 『꽃벼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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