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제를 사랑한 / 김추인
-매혹을 소묘하다
바람을 지운다
소리를 지운다
창을 설핏 열어 빛을 소환한다
하오의 잔광이다
동쪽 문은 유리의 캠버스
물의 입자들이 캠버스 위에서 응결되는 중이고 보얗게 채색되는 중이고 무거워진 몇 개
물방울들 중력 쪽으로 가파르게 하강하며 긴 발자국을 남긴다 물의 족적 물의 붓질
캠버스 위 몇 개의 길고 투명한 금줄들은 스크레치 기법일 것이다 샤워실에선 더 촘촘해
진 김, 아지랑이
시계 소리는 화면 밖에서 똑딱이게 두어라
소녀가 뭍에서 오고 있으니
젖은 살내,
<타올을 든 소녀>*쪽으로 쏠리는 펄럭이는 후각들
팔 하나가 불쑥 액자 속으로 들어가 몸을 반쯤 가린 무명 타올을 벗겨내며 빛을 조금 더 불러 앉힌다
전라의 소녀
어디선가 휘리릭 ~날아오는 입바람 소리들
아니다 역시 셀렘은 은밀하고 순연해야...과한 것은 금기, 팔에 걸치고 있던
무명 타올을 그녀에게 돌
려준다 무채색으로 일어서는
<타올을 든 소녀>
아직 더운 김 날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고독과 허무의 잿빛,잿빛은 언제 봐도
눈이 부시다 제 본성의
색감으로 소녀를 감고 도는 추상의 오브제들도 빛난다 움직이는 수증기며 시
계 소리 그리고 유리를 달
리는 물의 발자국들이
세상의 덧칠된 시간을 지우며
존재의 물음을 던지고 있다
절대 미감의 영속성에 대하여
* 권옥연 화백의 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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