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아침 / 이장욱
나와 무관하게 당신이 깨어나고
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거리의 어떤 침묵을 떠올리고
침묵과 무관하게 한일병원 창에 기댄 한 사내의 손에서
이제 막 종이 비행기 떠나가고 종이 비행기,
비행기와 무관하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하늘은
난감한 표정으로 몇 편의 구름, 띄운다.
지금 내 시선 끝의 허공에 걸려
구름을 통과하는 종이 비행기와
종이 비행기를 고요히 통과하는 구름.
이곳에서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라진다.
지금 그대와 나의 시선 바깥, 멸종 위기의 식물이 끝내
허공에 띄운 포자 하나의 무게와
그 무게를 바라보는 태양과의 거리에 대해서라면,
객관적인 아침. 전봇대 꼭대기에
겨우 제 집을 완성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
나와 당신은 비행기와 구름 사이에 피고 지는
희미한 풍경 같아서.
'必死 筆寫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진은영 (0) | 2019.06.02 |
---|---|
나는 너무 멀리 있다/ 최하림 (0) | 2019.05.22 |
검은 바지의 밤/ 황병승 (0) | 2019.05.21 |
1959 / 이성복 (0) | 2019.05.21 |
그가 지나갔다 / 이경림 (0) | 2019.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