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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림에 숨겨진 비밀] 혜원 신윤복 그림 감상

시치 2018. 2. 22. 18:00

[그림에 숨겨진 비밀] 혜원 신윤복 그림 감상

  

[원문보기]에서, 그림을 클릭하면 큰 크기로 볼 수 있습니다.

 

[1] 춘색만원 春色滿園


[신윤복, 「춘색만원」, 간송미술관]

 

그림 앞의 나무에 봉오리가 져 있는 것으로 봐서 

봄날입니다.


부채를 손에 든 남자와 

봄나물을 캐서 바구니에 담아가는 아낙의 모습이 보입니다.


남자는 낮술을 한잔 걸쳤는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네요.


남자가 아낙에게 다가가 “거기 뭐 있소?” 

하며 바구니를 슬쩍 당깁니다. 


쉽게 말해 성희롱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여성의 표정이 가히 싫지 않은 표정입니다.

배시시 웃고 있어요. 


그리고 혜원의 그림에는 

남녀의 성적인 부분을 은근하게 비유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그림에서는 바구니와 

지붕에 불룩하게 솟은 기와가 그렇군요.


그렇게 보니, 남자가 바구니 안을 들여다보는 행위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가 됩니다.


그러면 혜원은 이러한 남자의 추태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혜원의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림과 함께 제발(題跋 : 그림과 함께 쓰인 시나 글귀)을 함께 봐야 합니다.


「춘색만원」의 제발題跋 은 다음과 같습니다.

  • 봄빛 뜨락에 가득 차니 
  • 꽃은 흐드러지게 붉게 피었구나
  • 春色滿園中 
  • 花開爛漫紅


봄날의 꽃처럼 남녀의 춘정도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뜻입니다.

남자의 성희롱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계절의 순환처럼 

청춘 남녀의 춘희는 당연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셈입니다.

 


[2] 소년전홍 少年剪紅


[신윤복, 「소년전홍」, 간송미술관]

 

이 그림에서 남자의 행위는 좀 더 노골적으로 나타납니다.

남자가 여자의 손목을 확 잡아끌고 있지요.


남자의 사방관 속에 상투가 있는 걸로 봐서, 

남자는 결혼을 했겠네요.


그리고 여자는 형색으로 보아 몸종인 듯 싶네요.

당시에는 가슴이 살짝 보이는 짧은 저고리가 유행이었다지요. 


저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남자가 봄날의 갈급한 색정을 주체 못하고 

마당을 지나가는 몸종의 손목을 잡아끌고 있군요.

아무래도 남자의 아내가 집을 비운 상황 같아요.


그런데 몸종은 엉덩이를 쭉 빼고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머리를 긁적긁적하면서


‘서방님, 마님이 돌아오실 시간이 된 거 같은데요’ 

하는 표정으로 응대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의 제목은 소년전홍(少年剪紅)입니다.

젊은이가 붉은 꽃을 꺾는다는 뜻이지요.


혜원은 이 몰지각한 유부남을 손가락질하며 나무라기라도 하는 것일까요 ?

혜원의 생각은 역시나 그가 적어놓은 제발 題跋 속에 숨어있습니다.  

  • 빽빽한 잎에 짙은 초록이 쌓여가니 
  • 가지가지 붉은 꽃잎 떨어뜨리네 
  • 密葉濃堆綠
  • 繁枝碎剪紅


초록은 청춘의 엽록소를 뜻합니다.

녹음이 짙어지면 꽃도 자연히 떨어지게 되어있죠.

 

욕정을 자연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순리라는 거예요.


혜원은 이번에도 남자의 욕정을 옹호하고 있군요. 

그럼 다음 그림은 어떨까요.



 [3] 삼추가연 三秋佳緣


[신윤복, 「삼추가연」, 간송미술관]

 

이번 그림은 다소 수위가 높습니다.

무엇을 그려놓은 그림일까요.


이 그림은 조선 화단에 유일하게 남은 

초야권을 사는 장면입니다.


초야권이란 첫날밤 권한.

중세 서양에서는 봉건영주가 자신이 다스리는 마을 처녀들의 초야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처녀들이 시집을 가기 위해서는 영주와 먼저 첫날밤을 치러야 했지요.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공공연히 기생들의 초야권이 매매가 되었다네요.

초야권을 살 때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를 보장해줘야 했답니다.


우선 상당기간 동안 먹을 음식을 제공해주어야 하고, 

또 그 기간만큼 입을 옷을 제공해 주고, 

원앙금침 한 채를 해줘야 했답니다. 


이 초야권을 사는 풍속에 관한 내용은 

당대의 기록에 남아있답니다. 


그림 속의 남자는 

옷을 입고 있나요? 벗고 있나요?


입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왜냐하면, 남자의 상투를 한번 보세요.

머리카락이 다 삐져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여자를 보세요.

아직 속옷을 다 추스르지 못했습니다.

이미 저 들판에서 일을 다 치른 거예요.


저 어린 기생은 황망하기 짝이 없는 상태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반해,

남자는 야심을 채운 눈빛과 낯빛입니다.


그리고 남녀의 사이에 늙은 할미가 보이지요.

깡마르고 간교해 보이는 할미는 


남자에게 큰일 치렀다고 술잔을 권하면서, 

어린 기생을 달래고 있는 모습이지요.


이 할미는 어린 기생에게 

“이제 네 팔자는 핀 거다. 

이 서방님이 너한테 뭐도 해주고 뭐도 해줄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을 터이지요.


이 할미가 바로 매춘을 중개하는 뚜쟁인데, 

오늘 일로 두둑이 자신의 중개료를 챙겼겠네요.


신윤복은 이 그림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적어놓았습니다.

  • 국화꽃 쌓인 집은 도연명이 사는가 
  • 빙 두른 울타리에 해가 기우네
  • 꽃 중에 국화를 편애해서가 아니라
  • 이 꽃 지면 다른 꽃이 없다네 
  • 秋叢繞舍似陶家
  • 遍繞籬邊日漸斜
  • 不是花中偏愛菊
  • 此花開盡更無花

 

혜원은 참 뻔뻔스러운 장면을 그려놨습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혜원이 두 구절이 저 서방의 그림에 써놓은 시입니다.


저 시는 당나라 원진의 시를 따온 것입니다.

마지막 시커먼 뱃속과 겹칩니다.


혜원은 남녀의 춘정을 그릴 때도 풍자와 해학 면에서

‘내가 이 여자를 사랑한다기보다는 

이 여자가 아니면 다른 여자가 나타나지 않을 거 같아’

라는 뜻이에요. 


이 얼마나 뻔뻔하고 의뭉스러운 건 화단을 통틀어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보실 두 개의 그림은 여러분도 잘 아시는 그림입니다.



[4] ‘미인도’에 숨겨진 여인의 비밀 

 

「미인도」는 신윤복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그림입니다.

「미인도」는 신윤복의 다른 대표작과 함께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있습니다.


간송미술관에서 전시회가 열리면 미인도를 보기 위한 인파들로 

성북동 일대의 교통이 마비될 정도인데

조촐한 미술관이라서 그냥 일반 주택같이 보입니다.



그렇게 미인도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유명한 그림이지만, 

정작 미인도의 숨은 비밀을 아는 이는 드물다는 군요.... 

저도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지요.


 [신윤복, 「미인도」, 간송미술관]

 

미인도에는 두 가지의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첫째로, 이 여성은 옷을 입고 있나요? 벗고 있나요?


비밀은 그림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잘 안 보이신다면, 

좀 더 확대해서 보겠습니다.

 


여성의 모습을 면밀히 살펴보면

트레머리(뒤통수에 얹은머리)를 하고 

삼회장저고리를 입고 있는데


저고리 고름에 노리개가 달려있습니다. 

삼작노리개 이지요.


고름은 풀어진 채로 밑을 향하고 있는 것은

옷을 벗고 있거나, 

입고 있는 순간이라는 뜻이지요.


지금 이 여성은 옷을 벗고 있습니다.


그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노리개를 잡고 있는 손이에요.


옷을 입을 때는 노리개를 끼워서 고름을 하겠지요.


하지만 옷을 벗을 때는 

손으로 노리개를 잡지 않으면 

고름을 푸는 순간 노리개가 떨어져 버립니다.


이 「미인도」에 그려진 손은 

노리개를 끼우고 있는 손이 아니라, 

떨어지지 않게 쥐고 있는 손입니다.


그러니까 저 순간은 

옷을 벗기 위해 옷고름을 푸는 모습이 되는 거지요.


그리고 남자가 미인도를 그린다면, 

당연히 옷을 벗고 있는 것을 그리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죠. ㅎㅎㅎ 


속가로 떠돌아다니기를 좋아한 혜원의 특성과

그가 그린 다른 그림의 유형을 볼 때,


그림 속의 여성은 반가의 규수라기보다는 

혜원이 마음에 품었던 기생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입니요.


그러고 여기서 드는 두 번째 의문.


저 여성이 지금 옷을 벗고 있다면, 

저 여성의 앞에는 남자가 있을까? 없을까?


여성의 표정만으로는 알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수줍어하거나, 요염하거나, 유혹하는 표정이 아니라

꿈꾸는 듯한 표정이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에 표를 던지나요?


남자가 있다? 없다? 

저는 아무도 없었다는 쪽에 표를 던지겠습니다.


다들 의아하게 생각하시겠지요.


혜원이 그렸고 저 여성이 기생이라면, 

당연히 여성의 앞에 그림을 그린 혜원이 있거나, 


남자의 수청을 들기 위해 옷고름을 푼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림의 정서에도 맞고 타당한 생각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그림에 적어놓은 

혜원의 제발題跋 을 살펴 보실까요?

  • 가슴속에 서린 만 가지 춘정 
  • 붓끝이 능히 그려 내었네
  • 盤?胸中萬化春  (반박흉중만화춘)
  • 筆端能與物傳神(필단능여만전신)


전문가들도 이 제발의 뜻을 풀어도 

비밀을 알기는 어렵다는군요.


해설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비밀은 ‘반박’이라는 말 속에 숨어있습니다.


이 시에서는 ‘반박’이 뒤의 말과 연결되어서

‘서렸다’, ‘가득하다’란 뜻으로 쓰였지만,


‘반박’이라는 말은 본래 

장자의 고사인 ‘해의반박’에서 유래되었어요.


‘해의반박’이란‘

옷을 벗고 다리를 쭉 뻗은 형상’을 말합니다.

예술가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표현할 때 쓰는 고사죠. 


그러므로 반박이라는 말에는 

‘옷을 벗는다’는 숨은 의미까지 있습니다. 


청나라 화가 운격은 해의반박을 ‘방약무인(傍若無人)’이라고 해석했는데,

이 말은 오늘날 '언행이 방자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뜻할 때 쓰이지요.


한자 그대로의 뜻을 옮기면 

‘마치 곁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과 같다’는 뜻이 됩니다. 


저는 혜원이 ‘해의반박’이라는 고사를 알고 

이 단어를 썼다고 유추하는 겁니다.


그러면 이 여성이 옷을 벗을 때 

앞에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겠죠.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혜원이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자각한 최초의 화가였다는 뜻이 아닐까요.

말하자면 이 여성은 남자에 의탁하는 춘정이 아닌, 

자신의 춘정에 겨워서 스스로 옷고름을 풀고 있는 것입니다.


남성의 관음적인 시선을 만족시키는 수동적인 육체에서 해방된 것이죠.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해석이고 주장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그렇게 그림을 좀 더 내밀하게 보도록 해보세요.

그러면 새로운 의미들이 생겨납니다. 


....ㅎㅎㅎ 글쎄요.. 

그런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5]‘월하정인 月下情’에 숨겨진 진실

 

‘달빛 아래 정든 연인’이라는 뜻의 「월하정인」 역시 혜원의 유명한 그림입니다.

기와집의 담벼락에 등불을 들고 있는 남자와 

쓰개치마를 쓴 여성이 있는데

여성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달밤에 데이트하는 장면이지요.

이 그림의 제발題跋 입니다.

  • 달은 기울어 삼경인데 
  • 두 사람의 마음이야 그들만이 알겠지
  • 月下沈 夜三更
  •  兩人心事 兩人知

 

[신윤복, 「월하정인」, 간송미술관]

 

이 그림 안에도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제발題跋 에는 야삼경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삼경은 밤 11시에서 새벽 1시에요. 그런데 달을 보세요.


초승달이 떠있군요.

초승달은 언제 뜨나요?


초승달은 해가 뜰 무렵에 떠서 

해질 무렵에 져버려요.


그래서 우리가 초승달을 볼 수 있는 때는 

초저녁 정도입니다.


물론 계절에 따라서 해가 지고도 한동안 떠있기도 하지만, 

밤 11시 이후로는 초승달을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월하정인에 나오는 초승달의 정체가 

오랫동안 의문이었다지요.


그러다 한 천문학자가 이 초승달의 정체를 부분월식을 그린 것이라 발표하면서 

그리고 그 내용은 방송과 언론에 대서특필 되기도 했지요.


그 기사를 살펴 보겠습니다.



조선시대 3대 풍속화가 신윤복의 그림 ‘월하정인(月下情人)’이 

1793년 8월 21일(정조 18년)에 일어났던 

부분 월식을 배경으로 그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태형 천문우주기획 대표는 1일 

“월하정인에 등장하는 달은 부분 월식처럼 볼록한 면이 위쪽(점선 원)으로 향해 있다”며 

“보통 초승달이라면 달의 오른쪽 부분이 환하게 빛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윤복이 활동했던 시기에 서울에서 관측된 월식은 1793년 8월 21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월식은 매년 있기 때문에 단정 짓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아랫쪽은 이 대표가 만든 부분 월식 상상도. 

이태형 천문우주기획대표 제공

[링크] http://news.donga.com/3/all/20110702/38483243/1


그런데 「월하정인」이 부분월식을 그려놓은 것이라면, 

데이트한 타이밍도 참 기가 막힐뿐더러,


그림에서 달 아랫부분을 달무리가 아니라 

새까맣게 그렸어야 하지 않을까요?


월식은 셀로판지 없이도 우리 눈으로 관찰할 수 있죠.


월식을 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질 때 가려지는 부분이 검게 나타나죠.


저는 이게 지나친 과학자의 주장과 성급한 언론의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실은 역시나 혜원이 적어놓은 제발題跋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혜원이 그림에 적어놓은 제발은 

혜원이 직접 창작한 시가 아닙니다.


원문이 따로 있어요.

원문은 바로 이런 시입니다.

  • 깊은 밤중 창밖에서 이슬비가 내릴 때               ?外三更細雨時
  • 두 사람의 마음은 둘만이 안다                         兩人心事兩人知
  • 깊은 정 아직 모자란데 하늘이 밝아오려 하매     歡情未洽天將曉
  • 다시 적삼을 부여잡고 훗날의 기약을 묻노라      更把羅衫問後期

 

이 시는 선조 때 좌의정을 지낸 김명원이 지은 시인데

쉽게 말하자면, 이 시는 당대 최고의 유행가로

글을 아는 사람치고 이 시를 외우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였고,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했답니다.

그러니까 혜원은 이 유명한 시의 앞 두 구절을 인용한 것이지요.


하지만 의뭉스러운 혜원에게는 

자신이 인용한 앞의 두 구절이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혜원은 마지막 두 구절을 그림으로 그린 것입니다.


이미 이 남녀는 이슬비 내리는 깊은 밤에 

담 너머의 기와집에서 뜨거운 정을 나눈 겁니다.


밤새 정을 나눴지만, 

여전히 갈망이 다 채워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새벽이 밝아 초승달이 떠오며 

하늘이 벌게지려 하고 있습니다.


즉, 월하정인은 상봉의 장면이 아닌 

이별의 장면인 거지요.


남자의 발길이 어디를 향해있는지 보세요. 


날이 밝아 헤어져야 하는데, 

여자를 두고 발길을 돌리려니 가슴이 아려온다. 


그런 남자는 한 손을 안주머니에 찔러 넣어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정표라도 꺼내주려 하는 걸까...?


그리고 쓰개치마를 쓴 여성은 

헤어짐이 섭섭한 듯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네요.


듣고 나니 그럴 듯 하지요.

이처럼 동양화는 제발의 뜻을 이해하면 

더욱 깊고 풍부한 감상을 할 수 있답니다.

 


[6] 청금상련 聽琴賞蓮 


 [신윤복, 「청금상련」, 간송미술관]


가야금 소리를 들어면서 연꽃을 감상한다....


후원에 연당(蓮塘) 옆에 고목이 그늘을 드리우고, 

잔디가 가득 깔린 걸 보니, 사대부 집이지요.


큰 저택을 가진 주인이, 

연꽃 피는 날  벗님들을 청하여, 

연꽃놀이를 하는 모습입니다.


청아한 가야금 선율이 퍼지는 사이

의관을 파탈할 정도로 자유롭게 

연꽃과 여인을 즐기고 있네요. 


이처럼 격의없이 놀수 있는 사이라면 

어지간히 무던한 사이일 것이고


의복 차림으로 보면 

벌써 당상(堂上)의 품계를 넘어 있는 걸 보니,

나이는 사십대 쯤 될 것이지요.


차림새가 빈틈없는 걸 보니 기품있는 양반가인데

남자 셋, 여자 셋 짝까지 맞춘 걸 보니... 

필시 2차까지 염두에 두었음이 틀림없어 보이네요.....  

ㅂㄹ ㅋㅋ



[7] 월야밀회 月夜蜜會


 [신윤복, 「월야밀회」, 간송미술관]


장안의 인적이 끊어지고 

보름달만 휘영청 밝게 비치는 야밤중에 


골목길 후미진 담 그늘 아래에서 

남녀가 어우러져 깊은 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남자의 차림새가 전립(氈笠)을 쓰고 

전복(戰服)에 남전대(藍纏帶)를 매었으며 

지휘봉 비슷한 방망이를 들었으니 

어느 영문(營門)의 장교(將校)임이 분명한데, 


이렇듯 노상에서 체면 없이 여인에게 허겁지겁하는 것은 

필시 잠깐 밖에는 만나 볼 수 없는 사이인 때문일 것이지요.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버린 

옛 정인(情人)을 연연(戀戀)히 못 잊어 


줄이 닿을 만한 여인에게 구구히 사정하여 

겨우 불러내는데 성공한 모양이지만, 

여기서 이렇게 다시 헤어져야만 하는 듯 합니다. 


이쪽 담모퉁이에 비켜서서 

동정 어린 눈길로 이들을 지켜보는 여인은 


사람의 기척에 무척 신경 쓰면서 

가슴을 졸이고 있는 듯하니, 

바로 이 연인이 이 밀회를 성사시킨 장본인 같지요.


차림새가 여염의 여인은 아닌 듯하여 

이 장교를 만나고 있는 여자의 전력도 대강 짐작이 갑니다. 


하기야 조선왕조 시대의 화류계를 주름잡았던 사람들이 

대개 각 영문(營門)의 군교(軍校)나 

무예청 별감(武藝廳別監)같은


하급무관(下級武官)들로서 

이들이 기생의 기둥서방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을 상기할 때 


군교 차림과의 이러한 애틋한 밀회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요.



[8] 이부탐춘 嫠婦貪春 : 과부가 봄을 탐하다 


 [신윤복, 「이부탐춘」, 간송미술관]


때는 바야흐로 춘사월... 


기와가 얹힌 담장으로 구분된 바깥세상에는 

꽃나무에 꽃이 만발하여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부러진 소나무에 걸터앉은 두 여인이 속한 공간은 

담장 안쪽의 답답한 세상 


바깥세상은 온통 생명력이 넘쳐나고 있는데, 

담장 안쪽 세상은 

노송만이 간신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네요. 


바깥과 뚫려있는 개구멍으로 

동네 개 두마리가 기어들어와 짝짓기를 하고 있네요. 


재미보고 있는 개들의 위쪽으로는 

한술 더떠서 참새들도 짝짓기를 하고 있고 

거기다가 참새 한마리가 더 날아들고 있네요. 

(아무리 참새라도 쓰리썸은 곤란하지요~~ ㅋㅋ ) 

 

지켜보고 있는 두 여인 중에...

머리를 틀어올리고.. - 가채? 


 - 하얀 소복을 입었으니 필시 과부일 것인데 

그 앞에서 개들의 짝짓기를 하고 있으니,  그 참....


그런데 이 짝짓기를 바라보는 얼굴에 

묘한 미소가 스치는 듯 하네요. 


옆에 있는 머리를 길게 땋은 낭자는... 

동생인지 몸종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시집도 안 간 처녀가 확실한데 

표정에는 웃음기가 없지만 

오른손은 과부의 치마를 꽉 쥐고 있습니다.


제도권 안에서 정상적으로 승화할 수 없었던

과부의 춘정은 어찌하란 말인지.. 


혜원의 이 작품은 

그런 과부 심정을 헤아리고 있는 것 같네요.



친구사랑/강규섭 14.04.26. 08:37


서양에서 여성을 주로 그렸던 대표적인 화가로
'르노와르'와 '드가'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이 주로 19세기 후반 인상파 시기에 활동한 데 반해,
'혜원 신윤복'은 이들보다 100년이나 앞서 이름을 떨쳤다.

주로 한량과 기녀를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위에 소개된 그림에서도 익히 엿볼 수 있다.

홍슈가 사진, 동영상에 이어 화단까지 넘보니
그의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도다.. ㅋㅋㅋ
┗  좋은인연/홍수영 14.04.25. 09:12

[8번 그림]

중학생 까까머리 시절
선생님이 우스개 한마디 하셨다.

'아침 출근길에 교문앞에
개 두마리가 붙어 있던데,

한마리는 동쪽을 향해 웃고 있고
한마리는 서쪽을 향해 웃고 있더라....'

무슨 말인지 영문을 몰라 했었는데
뒤에 키큰 애들은 배를 잡고 뒤집어 졌다...

(...아마 제일 크게 웃은 녀석이 '모종욱'이던가...?)
┗  친구사랑/강규섭 14.04.25. 12:57
좋은인연/홍수영 
그때 나는
남녀가 나란히 누워 불끄고 자기만 하면
애가 저절로 생기는 줄 알았다.. ㅋㅋㅋ
┗  친구사랑/강규섭 14.04.26. 09:12

댓글에 첨부된 그림을 
내 나름대로 해석해 보았다.

혜원이 그린 '춘화'에 가까운 작품(?)인데
한 눈에 봐도 남.녀의 나이차가 크게 느껴진다.

무엇이 그리도 급했든지 
쪼그리고 앉은 영감은 탕건을 두른 채 있고,
기녀로 보이는 계집은 저고리도 미처 벗지 못했다.

아래 누워있는 계집의 모습을 자세히 보면,
오른 손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면서
왼 손으론 입을 가리고 웃고 있는 표정이다.

"에 게 ~ ~ .. 
머가 이리 작아.. 
제대로 서지도 않았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ㅎㅎㅎ...
┗  좋은인연/홍수영 14.04.26. 13:27
친구사랑/강규섭 

문방4우에 
수염이 꼬불한 걸 보니
늙은 양반이다.

책상밑에 보던 책이 떨어져 널브러저 있으니
필시... 몸종이 시중하러 왔다가
졸지에 수청까지 들게 된 사연이다.

촛대에 불꽃이 없으니 낮인 것 같고...

재밌는 건
구서비 견해에 동의 함에 덧붙여서
영감 오른손에 쥐고 있는 물건이다.

영감체통 안서게
그것까지 서지 않으니 무언가를
동원했는데

그걸 보고 계집종년이 깔깔거리는 거다. 

비아그라 처방 해 주시거라...ㅋㅋ





[그림에 숨겨진 비밀] 


[1] 혜원 신윤복 그림

http://blog.daum.net/hongsy65/16792527


[2] 아테네 학당

http://blog.daum.net/hongsy65/16792587


[3] 호계삼소(虎溪三笑)

http://blog.daum.net/hongsy65/16792492


[4] 물방울

http://blog.daum.net/hongsy65/16792006


[5] 순응 ... acomodador

http://blog.daum.net/hongsy65/16792022


[6] 그네라는 행복한 사건

http://blog.daum.net/hongsy65/16793062

출처 : 흐르는 강물처럼
글쓴이 : 좋은인연/홍수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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