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날씨/최호일
전국의 날씨가 한 곳에 모인다면
모두 무슨 표정이 될까
만일 시청 앞 광장에 한꺼번에 서 있다면
우산을 쓰고 있는 사람
빚에 쫓겨 숨어 있는 사람
깊은 산 속에서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까지도
빛이 찢어지고,
우산이 찢어지고,
바람이 불고 우리는 오갈 데가 없겠지
모두가 집을 그리워하며
각자 왔던 길로 되돌아가겠지
나는 내가 혹시 아닐지도 몰라
다른 사람의 엉덩이를 가끔씩 만져보며
서로 얼굴이 뒤바뀐 사람도 있을 거야
빚에 쫓기면서
누군가 꿈에 산삼을 발견할 때까지는
비를 맞으며
눈을 맞으며
다시 전국으로 흩어지겠지
내일 다시 전국의 날씨가 될 때까지는
—《시와 정신》2016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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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일 / 1958년 충남 서천 출생. 2009년《현대 시학》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바나나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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