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토박이가 아무 연고도 없는 진천이란 낯선 도시로 이사한 것은 3년 전의 일입니다. 산다는 것이 내 맘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 것은 다 돈 주고 산 경험을 통해서였습니다.
뜻밖의 당선 소식은 한밤에 일어나 커피 한잔을 마시게 합니다. 이곳 신월리에서 삼용리까지는 왕복 한시간이 넘는 거리라 운동하기 적당한 코스입니다. ‘삼용리 백제 토기요지’라는 팻말을 보고 숨은 그림 찾기처럼 찾아간 곳입니다.
대학 도서관에서 신동엽 시인의 서사시 <금강>을 읽으며 눈물 쏟던 시절과, 정채봉 선생님의 <간장종지>를 읽으며 느낀 그 맑은 영혼의 울림을 기억합니다. 우연히 신춘문예 당선시집에서 박지현 선생의 <눈 녹는 마른 숲에>란 작품을 보고 깊이 매료되어 시조를 접하게 된 겁니다.
남들보다 항상 더딘 걸음으로 걸어온 글쓰기의 길에서 한 줄기 빛을 보내신 심사위원 두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처럼 누구나 애송하는 시를 쓴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사랑하는 어머니, 친구 영숙이, 마음의 빚이 많은 친구 정희, 그리고 가족들과 아들 호준이랑 형준이가 자랑스러워하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홍수민:1957년 서울 출생,경기대 국어국문학과 졸업,2005년(11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심사평]“역사적 유물 삶과 결부 시킨것 인상적”
예심을 통과해 올라온 작품은 총 59편(10명)이었다. 작품 내용은 농촌 환경·역사·일상생활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들 작품을 장시간 공들여 읽은 후 최종 심사위원 두 사람의 손에 남은 작품은 <진천 삼용리 백제 토기요지에서> <서마지기 논배미> <갈대바람이 꿰어본 이중섭의 추억> 등이었다. 심사숙고 끝에 <진천 삼용리 백제 토기요지에서>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진천 지역에서 발굴된 가마터의 역사적 유물을 삶과 결부시켜 형상화했다. 역사성과 문화성이 짙게 묻어나 있고, 시대적인 무게감에서 공감대를 형성해냈다. 한 가지, 현실성이 다소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서마지기 논배미>는 농촌 정경을 그림처럼 선명하게 묘사해 예술성은 뛰어났으나, 일상적으로 흔히 다뤄온 평이한 소재여서 아쉬웠다. <갈대바람이 꿰어본 이중섭의 추억>은 작품이 깔끔하게 다듬어진 점은 눈길을 끌었으나, 이 역시 그동안 많이 다뤄진 소재여서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등단을 꿈꾸는 신인이라면 기성 시인을 뛰어넘는 주제나 소재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해두었으면 한다.
한 편만 당선작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탈락된 작품들에 아쉬움을 남긴다. 다음을 기약하며 정진하기 바란다.
이근배, 한분순<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