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홍순영-
젖기 위해 태어나는 운명도 있다
누군가는 탈출하기 위해 자신의 뼈 하나쯤 예사로 부러뜨리며, 골목에 쓰러져있기도 하지만
뾰족이 날만 세우고 좀체 펴지지 않는 고집도 있다
그런 것은 십중팔구 뼈마디에서 붉은 진물을 흘리기 마련,
정지된 시간 위로 녹슨 꽃 핀다
사람이나 동물에게만 뼈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거
기민한 종족들은 물과 돌, 쇠에도 뼈가 있음을 일찍이 알아챘다
어긋난 뼈를 문 우산, 길 위에 젖은 채 쓰러져있다
그도 내 집 담장 밑에 저처럼 누워있었다
젖는다는 것은 필연처럼 물을 부르고
눈물에, 빗물에, 국 한 그릇에 젖는 허기진 몸들
젖은 몸으로 태어난 당신과 나
살면서 몸을 말릴 수 있는 날은 의외로 적다
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
출발을 재촉하는 채찍 소리 도로 위에 쏟아지면
날고 싶어 퍼덕거리는 새들 몸짓 요란하다
기낭 속으로 반달 같은 슬픔 우르르 몰려들면
둥글게 휘어지는 살들 팽팽히 끌어당기는 뼈
긴장이 도사린 새의 발목은 차갑고 매끄럽다
새의 발목을 끌어당기다 놓친 사내가 도로에 뛰어든다
<<홍순영 시인 약력>>
*인천 출생
*2011년 제5회 '시인시각' 으로 등단
출처 : 시와 글벗
글쓴이 : yanggo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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