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책을 읽다 -계림(鷄林)에서/이문정(2010 신라문학대상
천년을 지나온 길은 이곳에서 처음 열렸으리 나무의 몸 빌려 빛을 세운 숲 한걸음 내 딛자 침묵하던 나무들이 책장을 넘긴다 빛은 나무와 호흡하며 숲을 지켜왔으리 나무들은 힘찬 맥박 뻗어 하늘로 넓혀갔고 뿌리는 몸 낮추어 사방으로 길을 만들어 갔으리 어둠 걷어내며 하늘 열리던 날 나무와 바람은 광명을 천지에 퍼다 날랐고 그리하여 새들 날아들고 노랫소리 끊이지 않는 숲은 날로 번성해 갔으리라 입술에 닿는 책의 숨결이 깊어진다 발이 움직일 때마다 천년도 더 된 노래들이 일어선다 빛의 소용돌이를 잠재우며 그 자리에 서 있는 숲 집중할수록 또렷해지는 페이지를 넘기면 까마득한 날과 소통되는 언어들의 포옹 계절을 잉태한 태실에서 날갯짓 하고 있다 숲을 읽으면 눈빛 스친 자리에서 날아오르는 문장들 오랜 시간 이름 없이 살아도 제 풍경 거두지 않고 푸른 잎으로 돋는다 지금 우리가 체류했던 시점도 숲의 페이지에 기록될 것이리 숲의 중심에 빛이 내려 앉는다 물푸레나무가 빛을 따라 뿌리를 하늘로 뻗는다 빛을 끌어당긴 숲이 일어서고 다시 천년을 향한 길이 열리고 있다
2010 신라문학대상 시부문 심사기 금년도 응모작품들은 대체로 그 수준이 우리 시의 정상에 도달하는데 빠른 속도로 다가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응모자들은 오랜 기간을 습작의 연마로 시의 위의(威儀)의 정립과 시 정신 또는 주제의 투영에 쏟은 그 열정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징한 주제와 언어의 깊이에서 새로운 기량과 작품성을 발견할 수 있었으나 시의 언어와 일상 어의 정확한 구분에서 아직도 미흡한 점이 지적되었다. 시와 언어의 불가분성을 감안하여 소재에 대해서 흡인력 있는 묘사가 이루어졌는가하는 어휘 력에 중점을 두었다. 예년과 마찬가지이지만, 시적 대상이 충만된 이미지의 추출로 주제를 연 결시켜서 공감을 확대하고 있는가. 그 표현과 주제가 건전한가 등으로 세분해서 장시간 논 의가 있었다. 10편이 최종심에 올랐다. 이 작품들은 모두가 언어 구사와 주제의 선명성에 근접하는 작품이 라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나「숲의 책을 읽다」를 당선작품으로 선하였다. 르는 문장들’이라는 등의 언어가 포괄하는 시적 정황의 설정과 화자의 어조가 현대시가 요구 하는 표현묘사에 남다른 점을 높이 평가하였다. 한편, 현대시가 언어의 매개를 통해서 의미 성을 강조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형상화가 이루어지고 선명한 주제로 시적 진실의 도출이 탐색되어야 좋은 시를 창작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정진을 당부하면서 축하를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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