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맞서다/손현숙-

시치 2011. 3. 17. 00:24

-맞서다/손현숙-


사진은 움직이는 빛을 붙잡는 거다
순광은 일상처럼 담담하고
역광은 칼로 베는 듯 날카롭다
간혹 사광을 쓰기도 하지만
나는 비명처럼 선연한 역광을 즐긴다

역광으로 사진을 찍을 때
렌즈는 해와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한 장면을 골똘히 들여다보며
카메라의 눈은 오래 열려 있어야 하는 거다
보이는 것 말고도 햇빛 속으로 숨어버린
저 속의 내막을 뼛속까지 읽어내야 한다

본다는 것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는 것
시선은 집요한 애무다
나는 당신을 내 속에 단단히 박아 넣고 싶었다

그러나 당신은 태양을 등진 채 나를 본다
눈부셔라, 총 쏘듯이 카메라의 셔터를 슛팅하자
오! 나의 아름다운 당신,

순식간 깜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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