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김륭/하품, 당신의 입술은 기억할까?

시치 2010. 12. 25. 01:34

하품

 

 

 

사월, 벚꽃나무 아래 김밥 싸놓고 싸웠다 김밥 한 줄 먹여주지 못하고 애인이랑 싸웠다 명박이 때문에 싸웠다 병든 아비걱정 까먹고 공부 못하는 자식걱정 팽개치고 명박이 때문에 싸우다니, 할 일이 그렇게 없냐고 햇살이 쿡, 쿡쿡 눈구녕을 찔렀다

 

 

씨발, 눈에 뵈는 게 없었다 거지발싸개 같은 봄날이었다 서로 살을 섞었지만 가보지 못한 곳이 있었다 이 비겁한 눈구녕, 이 치졸한 눈구녕, 이 더러운 눈구녕, 썩고 썩어 곪아터진 눈구녕 가득 애인이 폭삭, 늙었다

 

 

 

저만치 개나리가 샛노랗게 웃었다. 눈구녕 깊숙이

 

 

봇짐 내려놓고 나비를 풀어주었다.

 

 

 

 

 

 

 

 

 

 

 

 

 

 

 

 

 

 

 

 

 

 

 

 

 

당신의 입술은 기억할까?

 

 

 

 

 

달이 뜨면 지붕으로 올라가 구름이 잔뜩 머금고 있던 물을 퍼낸다

 

구름이 달리기 시작한다 구름은 너무 많은 입술을 가졌다

 

 

구름을 세탁기에 집어넣고 밤새 노래를 시킨다

 

배고픈 애인과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이 뼈를 묻으러 올 때까지

 

구름은 목구멍을 쥐어짜고 팔다리를 비튼다

 

 

입술이 뿅, 뿅뿅 탄산음료 병뚜껑처럼 날아가 버리도록,

 

구름은 구멍 난 양말 한 짝을 물고 있다

 

 

옥상 빨랫줄에 매달렸던 빨래집게들 후두두둑 떨어지는데

 

한 살이라도 어린 죽음을 꺼낼 수 있을 때까지

 

 

접시 가득 쌓인 당신의 입술은 첫 키스를 기억할까?

 

밥 먹던 입으로 서로의 똥구멍을 핥아주는 개들은 꼬리가 하나지

 

구름은 한순간 늙은 의자처럼 쓰러진다

 

 

구름은 검게 탄 마지막 입술을 버리러 가야한다

 

사각사각, 달의 옆구리를 갉아먹는 박쥐처럼

 

구름은 이제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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