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크게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이치” |
〈88〉 백장회해 선사②
- 마음을 허공같이 비워라
百丈 因僧問 如何是大乘入道 頓悟法要 師云 先歇諸緣 休息萬事 善與不善 世出世間 一切諸法 皆放却 莫記莫憶 莫緣莫念 放捨身心 全令自在 心如木石 口無所辨 心無所行 心地如空 惠日自現 如雲開日出
백장 선사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대승으로 도에 들어가는 것이며, 법의 요점을 한꺼번에 깨닫는 것입니까?”
“그대는 먼저 모든 인연을 쉬고 만사를 다 쉬어라. 선과 선하지 않은 것과 세간과 출세간과 일체 모든 법을 아울러 다 놓아버려서 기억하지 말고 반연하거나 생각하지 말라.
몸과 마음을 놓아버려서 온전히 자재하게 하면 마음은 목석과 같고 입으로는 말하는 바가 없어서 마음이 행할 바가 없으리라. 마음 땅이 허공과 같으면 지혜의 태양이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 마치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타나는 것과 같으리라.”
![]() “구름이 다 걷히고 나면
태양은 저절로 나타나”
해설 : 어떤 수행자가 도에 들어가는 방법과 법요(法要)를 깨닫는 길을 물었다. 출세간의 도를 깨닫는 방법이나 세간의 예술을 깨닫는 방법이나 모두가 어떤 한 경지에 도달하려면 자기 자신에 대한 절대부정, 완전부정의 경지를 경험해야 조금 입문하였다고 할 수 있다.
자고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사람노릇 다하면서 어떤 경지에 오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예술방면이나 도를 깨닫는 일은 말을 할 것도 없으려니와 심지어 돈을 버는 일도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큰 부자들치고 사람노릇을 다 해가면서 부자가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출세간의 도인들이나 선지식들은 더욱 그렇다.
백장선사가 수행자에게 내린 법어는 실법은 아니며 방편의 말씀이다. 그러나 내용의 가르침대로 모든 인연과 만사를 다 쉬어버리며, 선한 일도 악한 일도 세간사도 출세간사도 일체를 다 놓아버려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는 경지가 되어서 사람이 목석과 같이 된다면 그는 틀림없이 어떤 큰 깨달음에 이를 것이다. 물론 목석과 같이 된 그 경지가 깨달음은 아니지만 그에게 이제 남은 것은 깨달음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백장선사의 비유처럼 구름이 다 걷히고 나면 태양은 저절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근래의 수행자들은 목석이 되어보기도 전에 목석은 도가 아니며 진리가 아니라고 하여 그와 같은 경지를 부정하고 있다. 마치 배가 넘어지기도 전에 먼저 물속으로 뛰어드는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황벽(黃檗, ?~850) 선사의 유명한 시가 있다.
“번뇌를 멀리 벗어나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니/ 고삐를 단단히 잡고 한바탕 공부를 지을지어다/ 한 차례 추위가 뼈에 사무치지 않는다면/ 어찌 매화가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으리오 (塵勞逈脫事非常 緊把繩頭做一場 不是一飜寒徹骨 爭得梅花撲鼻香)”라고 하였다.
백장선사의 법어와 같이 모든 인연 다 버리고, 선한 일도 악한 일도 마음에 두지 말고, 즉 인간으로서의 삶을 다 포기하고, “한 번 청산에 들면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一入靑山更不還)”는 심정이 되어 이 일에 인생을 다 바쳐 몰입하여야 한다.
달마(達磨, ?~ 528) 스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밖으로 모든 인연을 쉬고/ 안으로 헐떡거림이 없어서/ 마음이 장벽과 같아야/ 가히 도에 들어갈 수 있다(外息諸緣 內心無喘 心如墻壁 可以入道)”고 하였다.
옛 성인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이와 같은 가르침을 내렸는데 어찌하여 오늘날 수행자들은 그 근처에도 가지 아니하고 도가 아니라느니, 법이 아니라느니, 진리가 아니라느니 하는 소리만 하는가. 대사각활(大死却活), 한번 크게 죽은 뒤에 다시 살아나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
출처 : 염화실
글쓴이 : 文殊法供養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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