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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문예공모 대상-다랑쉬굴에서 시간을 묻다 /안양예고3년-김종연

시치 2010. 4. 2. 16:11

 

 제주 4,3 문예공모 대상

 

다랑쉬굴에서 시간을 묻다 /안양예고3년-김종연 

 

입을 막아도 들리는 말이 있다
봄날, 다랑쉬 오름 올라가는 길
시리도록 노란 유채꽃 사이 걷다보면
돌무더기로 입을 막아놓은
다랑쉬굴이 숨어있다

 

돌 틈새마다 차가운 고통이 샌다
봄볕안고 찾아온 바람도 낮게 엎드려
오한에 몸서리치고 가는 곳
저 너머의 계절은 아직 겨울이다

 

순례자처럼 오름을 오르는 사람들이
자꾸만 굴 앞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먹먹해지는 마음은 다랑쉬굴 내부
텅 빈 시간처럼 공허해지는데
입구에 무성한 덩굴나무들
반백년 전 기억에 사람들 발길을 묶는다

 

저 굴을 처음 찾았을 때에는
그릇과 수저들이 달려 나왔다지
죽어간 사람들 원한이
오랜 제기가 되어 흔적을 새기고
녹음이 푸르러가는 소리를
지방문 삼아 읊어가며 긴 세월 견뎌온 것일까

 

섬에서 살다가 한 줌 재로
바다에 뿌려진 사람들
고통의 입을 막아놓은 다랑쉬굴에서는
아직도 그때의 비명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