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2009년 제9회 <노작문학상> 수상작 ㅡ◇
어두운 부분 (외 1편)
김행숙
어제 저녁 당신을 감동시킬 오페라 가수는 풍부한 감정과 성량을 가졌다. 예상할 수 없는 감정까지 당신에게.
그러나 대부분 우리가 모두 아는 감정일 것이다, 그 중에서.
나는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 우리가 모두 아는 것이 사실일 때에도 내일까지 바닥을 끌고 가는 긴 드레스 속에는 발목이 두 개, 곧 끊어질 듯. 젖도 크다, 곧 터질 듯.
나는 믿을 수 없다. 나는 마룻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다. 은빛 칼처럼 빛이 쑥 올라오는 틈새가 있다.
1년 후에
김행숙
지구가 돌아왔으므로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
그렇다면 좋겠어
나는 최초의 인간들이 떨면서 기다리던 봄처럼
1년 후에
또 시작하고 싶어
반복하고
그렇지만 네게 욕하지 않을 거야
식물을 기르고
분갈이를 해줄 거야
죽이지 않을 거야
세상에서 제일 기다란 화분의 둘레를 알아?
네 질문은 언제나 난센스 퀴즈 같다
공원에 가자
산책로의 끝에서 내가 상상한 답을 들려줄게
같이 웃자
시장에 같이 가자
반복하고
반복해
1년 후에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지구를 또 비추는 햇빛은
또 찡그리는 너의 이마 위에도
그렇지만 나는 웃으며
꽁치 한 마리를 네 눈앞에서 시계추처럼 흔들지
그렇지만 너는
1년 후에는 외국에 공부하러 갈 거라고 말하지
김행숙 시인
1970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어 교육과 및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사춘기』『이별의 능력』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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