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萬波息笛)/김인숙
검은 허공을 마디마디 안고 있는 나는 당신의 입김을 기다리는 피리여요
만 가지 근심이 출렁이고 있어요 속 깊이 바람을 불어넣어 내 몸을 덥혀 주어요 내려앉은 어둠을 밀어내 주어요
당신의 축축한 입술이 닿으면 깜감한 어둠에 파르르 균열이 일어나지요
가지런한 내 숨구멍을 따라 당신의 손가락 끝이 움직일 때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비명이 흘러나와요 내가 깨어나는 소리여요
당신이 자아낸 푸른 음률은 북명(北溟) 바다를 찾아 떠나고 따뜻한 음색은 흐르는 강으로 녹아들며 하늘 아래 외로운 대나무들 무성한 숲으로 서게 하여요
내 몸속으로 들어와 깊디깊은 잠을 깨우는 당신은 어두움을 베는 섬광 같은 칼날인가요 강바닥 쿡쿡 내려찧는 상앗대인가요
소리로써 천하는 다스려지는데 당신 없는 나는 침묵이어서 슬퍼요, 서러워요 |
'신인상. 추천,당선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2회《시로 여는 세상》신인상 당선작 (0) | 2010.03.25 |
---|---|
2010년 제 23회 <열린시학>신인작품상 당선작 (0) | 2010.03.25 |
[스크랩] 제15회 《시인세계》신인작품 공모 당선작_기혁 (0) | 2010.02.22 |
제4회 서울디지털대학교 사이버 문학상 가작- 안진영 (0) | 2010.02.22 |
제4회 서울디지털대학교 사이버 문학상 당선작 - 이언주 (0) | 2010.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