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한국시조단의 축하 속에서 미래를 열어갈 또 한 사람의 신예를 배출한다는 생각에 심사는 진중할 수밖에 없었다.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문인들은 경향각지에서 나름의 빛깔과 개성으로 괄목할 만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전통 계승과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신예를 뽑는 일이라는 점에서 어깨가 더욱 무겁다.
대부분의 응모작들이 일정부분의 성취를 보이고 있었고 치열한 습작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심사위원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군계일학의 작품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남는다. 신춘의 고고성을 울리며 기존의 시조단에 무거운 질문을 던지거나 날카로운 필치로 폐부를 파고드는 신인다운 패기를 기대한 때문이다.
시조는 응축의 문학이다. 짧은 3장 6구라는 정형 속에 얼마나 알맞게 시상을 가다듬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시상은 넓게 원심력을 그려야 하고, 언어는 구심력에 의지해 내적으로 단단한 구성을 취해야 한다.
마지막까지 선에 오른 작품은 ‘오래된 것에 대한 변명’, ‘겨울나무의 수사학’, ‘아버지와 바다’ 세 편이었다.
‘오래된 것에 대한 변명’은 신춘문예의 특성에 근접한 작품이다. 우선 낡은 음풍농월에서 벗어나 현대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것이 좋았다. ‘유효기간 지난 지갑’ 같은 따뜻한 시선이 눈길을 끌었으나 앞서 말한 시어의 중복이 전체적인 탄력을 얻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겨울나무의 수사학’은 상당한 내공이 엿보인다. 섬세함과 강건함을 동시에 지니는 장점들이 있어 충분한 가능성이 엿보였으나 ‘그날 그 짙은 그리메 낮달 뒤로 사위고’ 같은 추상적인 표현들이 거슬렸다.
‘아버지와 바다’는 3수의 작품으로 퍽 안정된 느낌을 준다. 첫 수에서 섬과 섬 사이의 안간힘이 수평의 긴장을 지탱하는 동력임을 말하고, 둘째 수에서는 낚싯줄로 잔잔한 바다의 균형이 깨지는 상황을 연출한다. 다시 셋째 수에서는 길항 관계인 아버지와 바다가 서로를 품어 안으며 화해를 시도한다. ‘바다의 설렘’, ‘사랑을 품고’ 같은 직설적 언어가 거슬리긴 하지만 음보와 운율을 갈무리하는 솜씨에 신뢰가 간다.
심사위원은 이 세 편 중 조춘희씨의 ‘아버지와 바다’를 당선작으로 민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보내고, 선전한 두 분에게는 재도전의 발판이 되길 빈다.
<심사위원 김연동·이달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