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 위기는 "공부않는 수좌 탓" | ||||||
월암스님, 수행자 자세 통렬히 비판…"정견부터 닦아라" 간화선은 최고 수행 의심여지 없어, 조실 점검·경책 절실 | ||||||
벽송사 벽송선원장 월암 스님이 21~25일 백양사에서 열리고 있는 야단법석에서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선방의 풍토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스님은 선방 내부의 문제가 보도되면 매우 곤란한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하면서도 "오늘 깨달음의 길을 찾는 이런 야단법석에 수좌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지금 한국불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화두참선은 무분별을 터득하기 위함인데 분별망념을 앞세워 깨달음을 논하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는다. 수좌에게 깨달음의 길을 찾는 일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가. 무분별을 터득하는 것도 잘 분별하기 위함일진대 무분별이 분별의 저 너머에 있다고 생각하는 수좌라고 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월암 스님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간화선 수행과 관련한 병폐에 대해 간화선 자체의 문제가 아닌 간화선을 수행하는 수좌들의 문제임을 고백했다. 그는 "혹자는 간화선은 중국 선종에서 제시된 수행법이기 때문에 부처님의 수행법과는 무관하며 불교의 정통 수행법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불교가 어찌 부처님께서 친설하신 초기불교의 가르침에 한정할 수 있겠는가"라며 "석가세존으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법을 깨달은 모든 불조사의 가르침을 통칭하여 불교라고 말하는 것이 역사연기에 부합한 인식일 것이며, 초기불교, 상좌부불교, 대승불교, 중국선불교, 한국불교의 정통 교설이 상이한 내용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간화선이 후대에 주창되었다는 단순한 논리로 간화선이 정통불교가 아니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단순 무식 폭력 고집'…"인간이 먼저 되라" 월암 스님은 한국불교에서 깨달음을 얻은 수행자가 나오지 않는 현실을 언급하며 "간화선 수행을 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당연한 것"이라며 "이는 간화선 수행 자체의 문제가 아닌 간화선 수행자들의 수행풍토의 문제"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스스로 허물을 드러내지 않고 잘못된 수행풍토를 바꾸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고 운을 뗀 월암 스님은 "수좌라고 한다면 우주와 인생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사무치게 자문하는 수행자일진대 나의 화두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화두임과 동시에 일체 중생에게 회향되어질 수 있는 화두일 때 진짜 수행"이라며 "오늘날 수좌들의 행위를 보고 간화선의 자체를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월암 스님은 "스승이 제자를 믿지 못하고 제자가 스승을 믿지 못하고 선배가 후배를 믿지 못하고 후배가 선배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늪에서 어떻게 견성오도를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자문하고 "이런 승가의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중생살이나 제대로 할 수 없다. 수행의 기본은커녕 인간으로서 기본이 안됐는데 어떻게 도인이 되겠는가. 승가의 수행풍토를 바꿔야 제대로된 간화선이 된다"고 말했다. 스님은 한국불교 수행자상이 '단순, 무식, 폭력, 고집, 불친절'이라는 조계종 교육원 주최 간화선 세미나에서의 지적을 언급하며, "수행의 기본인 정견이 없이 화두 잡고 앉아 있으니 분별망상에 가득찬 오만한 수좌들이 되어 있다"고 개탄했다. 수좌들의 태도에 대해 최상승 수행에 대한 자부심으로 보기 어렵다는 자아비판성 발언도 있었다. "보통 참선하는 사람들이 최상승을 수행한다고 한다. 선방 문고리만 잡아도 성불한다고 가르친다. 좋은 말이지만 그 말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참선하는 사람들이 깨달음 제일주의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참선하지 않는 자는 최상승이 아니라고 깔본다. 깨닫지도 못하고 수행도 제대로 안하면서 아만심만 가득차 있다"고 월암 스님은 경책했다. 선방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수좌로 보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통렬히 비판도 스님은 감행했다. 스님은 "선방에 재가자들이 들어올 생각을 하지 못한다. 행여라도 들어오면 5분이라도 앉아 있다가 가라고 해야지 혼부터 낸다. 젊은 스님이 아버지뻘 되는 신도에게 쌍욕까지 한다. 수좌면 그래도 되는 것인가. 선방이 그렇게 신성한 곳인가"라고 자문하고 "스님들끼리 재가자들을 얘기하면서 속인이라고 비하한다. 그말을 하는 순간, 그 사람도 속인이다. 승속이 따로 있는가. 승과 속의 구분이 겉모습에 있는 것인가. 수년을 선방에 다닌들 뭐하느냐. 잘 것 다 자고, 먹을 것 다 먹고, 할 짓 다 하면서 언제 수행하고, 무슨 수행자라 하겠느냐"고 개탄했다. "깨달은 사람 없는데 오도송은 왠 것인가" 화두를 간하는 수좌의 문제와 더불어 조실 방장 스님에 대한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간화선 수행방식을 요즘 방식으로 표현하면 '1대1 맞춤교육', '눈높이 교육'임을 상기시키고, 한국불교 현실에서 선방의 수좌들을 점검해주는 조실 방장이 없다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월암 스님은 "선원청규에 조실 방장스님이 해야할 3가지가 있다. 입실한 수좌의 이름과 얼굴을 다 기억해야 하고, 수좌의 화두를 모두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조실 방장 스님은 반드시 수좌들의 공부를 점검하고 선방에 들어와서 경책해 주어야 한다[입실문실]. 그런데 요즘은 조실 방장 스님이 입실문실을 하는 선방이 거의 없다. 화두 하나 던져주고 너 알아서 해라라는 식이다. 너무나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개탄스러운 한국불교의 현실에 대한 지적도 거침이 없었다. "요즘 사이비 도인들이 많다. 오도송 없는 사람 없다. 심지어 남에게 지어달라는 이도 있다. 깨닫지 못했으면 그대로 수행하면 된다. 깨닫지 못했는데 무슨 오도송이 나오나. 세력을 만들어 아성을 쌓기 위해 그런 것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요즘은 인가받을 사람도 없도 인가해줄 분도 없다. 선지직이나 명안종사가 없으면 도반끼리 스님들끼리 탁마하고, 경책하고, 이끌어 줘야한다. 성철 스님이 청담 스님과의 관계를 '물샐틈 없다'고 표현했다. 무간단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물이 줄줄 샌다" "요즘 행각(行脚)은 해외여행으로 변질됐다. 행각이란 것은 안거를 해제하고 선지식을 찾아 법을 묻고 공부를 여물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행각은 해제비 타서 여행가는 것이 일반화 됐다. 행각 문화가 왜곡되게 진행되고 있다." 월암 스님은 이 밖에도 점검의 멸실, 거량의 부재 등도 한국불교가 안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지금 간화선의 문제는 수행자의 문제이며, 간화선의 위기가 아니라 간화선 수행자의 위기라고 말하겠다"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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