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이 태어나는 자리는 치열한 삶이다. 2010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그것을 더없이 잘 보여준다. 왼쪽부터 김수현(평론), 정희(동화), 김원순(수필), 신선(소설), 심명수(시), 장영복(동시), 김환수(시조), 이난영(희곡)씨. 정대현기자 j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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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문학의 자궁이라고 했다. 문학은 일견, 대단해 보이지만 그것이 분만되는 자리는 평범하고 소박하다 못해 거칠고 황량하다. 누구에게나 문학의 풍경은 있다. 이 풍경을 치유와 희망 혹은 삶을 돌아보는 창으로 바꾸는 것이 문학이다. 그 안에서 이 삶과 저 삶, 우리들의 삶과 그들의 삶이 만나고 섞여드는 놀라운 소통이 일어난다.
문학이야말로 균열과 틈새에서 나오는 것임을 2010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자와 당선작들의 면모가 더없이 명징하게 보여준다. 이들의 문학을 배태한 삶은 신산했으나 거기서 빚어진 글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단정하게 빛난다.
소설 부문 당선자인 신선(본명 신종석·55)씨는 생애 오십 해를 맞았던 지난 2004년, 직장에서 명퇴했다. 무려 25년간 특급호텔에서 호텔리어로 일했던 그를 뒤늦게 홀린 것은 소설이었다. "군대 있을 때 전우신문에 실린 글이 전부였는데, 직장을 그만 둔 뒤 왜 그렇게 소설이 쓰고 싶던지요."
소설 공부는 지독스러웠으나 독학의 늦깎이 소설가 지망생에게 세상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신춘문예에서 숱한 고배를 마신 끝에 그는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비장의 독기를 품고 깊은 산골에 들었다. 세상에 홀로 남은 극한의 고독감 속에서 단편소설 하나에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글의 칼날을 벼리고 벼리는 난산 끝에 나온 것이 바로 이번 당선작이다.
시 부문 당선자 심명수(44)씨에게도 문학이 태어나는 자리는 생의 고단함이었다. 세 살 때 마루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친 뒤 장애가 생겼고, 곧이어 부모님까지 세상을 뜨면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도대체 믿기지가 않았다. 신체적 고통과 불우한 환경에서 그를 구원해 준 것이 바로 시였다. 이제 시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시를 쓰는 동안만큼은 너무너무 행복해요. 제 삶의 곡절들이 시의 밑거름과 에너지가 되었을 테지요. 나만의 특별한 시를 쓰고 싶어요." 그는 현재 한 장애인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삶과 문학이 둘이 아님은 수필 부문에 당선된 김원순(60)씨에게서도 잘 보인다. 그는 학창 시절 시를 좋아하는 문학소녀였으나 형편 때문에 꿈을 꽃피우지 못했다. 글쓰기에 뛰어든 것은 결혼 뒤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서다. 꿈을 접기 안타까워 집안일과 농장일을 하면서도 그는 틈틈이 글을 쓰는 자세를 잊지 않았다. "시적인 수필을 꿈꿔요. 화훼농장을 하면서 꽃과 자연도 늘 접합니다. '꽃수필'의 경지를 일구고 싶네요."
시조 당선자 김환수(48)씨는 제조업체에 근무하면서 인생의 모든 것을 3장 6구 안에 압축하는 시조의 매력에 푹 빠진 경우다. 시조공부 모임에 들면서 시조시인의 자질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한다. "소설을 압축하면 시가 되고 시를 압축하면 시조가 아니겠느냐"라며 다름의 시조관을 갖고 있다. 묻혀있는 고운 우리말과 토속어를 시조작품 속에 녹여내 시조의 대중화를 이루는 것이 꿈이다.
40대 여성들의 감수성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신춘문예에도 통했다. 동화 당선자 정희(본명 이정희·41)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동화에 감동했다. "그건 교훈성이 아니라 문학적 감흥이었어요." 그는 출장을 많이 다니는 직장 일 덕분에 무수한 삶의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삶과의 교감과 경험에서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 소재를 길어올린다.
동시 부문에 당선된 장영복(49)씨는 동화를 공부하다가 동시의 매력에 빠진 경우다. 그는 독서지도사를 하면서 아동문학을 접했다. "동시의 맑고 고운 정서를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 문학을 꿈꾸면서도 감히 다가서지 못했는데 동시인이 된다는 목표 아래 정말 열심히 썼다고 한다.
희곡 부문에 당선된 이난영(41)씨도 오랜 꿈을 마침내 이루고야 말았다. 학교에서 희곡을 전공했고 10년 넘게 신춘문예에 도전한 끝에 찾아온 당선의 기쁨이었다. 그에게 희곡은 결혼도 하지 않고 생의 전부를 걸 만큼 존재 자체와 같다.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 고민하지 않아요. 이 길이 바로 운명의 길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관련 상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 신춘문예 당선이 가장 기쁘단다.
평론 부문 당선자인 김수현(31)씨는 철학 전공자이지만 철학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문학·영화 등 인접 장르와의 교감에 관심이 많다. "딱딱하고 이성적인 철학을 공부하면서 미학적 글쓰기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말은 겸양이다. 당선작은 평론답지 않게 단정하고 미려하다. 특정 장르에 대한 애착보다는 모호한 경계의 지점, 거기서 만들어지는 가능성의 것들을 더듬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한편 이번 2010부산일보 신춘문예에는 8개 장르 가운데 부산 출신이 3개 장르에서 당선됐고, 여성 당선자가 40대 여성 3명을 포함해 모두 5명에 달했다. 김건수 기자 kswoo333@busan.com
문학이야말로 균열과 틈새에서 나오는 것임을 2010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자와 당선작들의 면모가 더없이 명징하게 보여준다. 이들의 문학을 배태한 삶은 신산했으나 거기서 빚어진 글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단정하게 빛난다.
소설 부문 당선자인 신선(본명 신종석·55)씨는 생애 오십 해를 맞았던 지난 2004년, 직장에서 명퇴했다. 무려 25년간 특급호텔에서 호텔리어로 일했던 그를 뒤늦게 홀린 것은 소설이었다. "군대 있을 때 전우신문에 실린 글이 전부였는데, 직장을 그만 둔 뒤 왜 그렇게 소설이 쓰고 싶던지요."
소설 공부는 지독스러웠으나 독학의 늦깎이 소설가 지망생에게 세상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신춘문예에서 숱한 고배를 마신 끝에 그는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비장의 독기를 품고 깊은 산골에 들었다. 세상에 홀로 남은 극한의 고독감 속에서 단편소설 하나에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글의 칼날을 벼리고 벼리는 난산 끝에 나온 것이 바로 이번 당선작이다.
시 부문 당선자 심명수(44)씨에게도 문학이 태어나는 자리는 생의 고단함이었다. 세 살 때 마루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친 뒤 장애가 생겼고, 곧이어 부모님까지 세상을 뜨면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도대체 믿기지가 않았다. 신체적 고통과 불우한 환경에서 그를 구원해 준 것이 바로 시였다. 이제 시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시를 쓰는 동안만큼은 너무너무 행복해요. 제 삶의 곡절들이 시의 밑거름과 에너지가 되었을 테지요. 나만의 특별한 시를 쓰고 싶어요." 그는 현재 한 장애인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삶과 문학이 둘이 아님은 수필 부문에 당선된 김원순(60)씨에게서도 잘 보인다. 그는 학창 시절 시를 좋아하는 문학소녀였으나 형편 때문에 꿈을 꽃피우지 못했다. 글쓰기에 뛰어든 것은 결혼 뒤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서다. 꿈을 접기 안타까워 집안일과 농장일을 하면서도 그는 틈틈이 글을 쓰는 자세를 잊지 않았다. "시적인 수필을 꿈꿔요. 화훼농장을 하면서 꽃과 자연도 늘 접합니다. '꽃수필'의 경지를 일구고 싶네요."
시조 당선자 김환수(48)씨는 제조업체에 근무하면서 인생의 모든 것을 3장 6구 안에 압축하는 시조의 매력에 푹 빠진 경우다. 시조공부 모임에 들면서 시조시인의 자질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한다. "소설을 압축하면 시가 되고 시를 압축하면 시조가 아니겠느냐"라며 다름의 시조관을 갖고 있다. 묻혀있는 고운 우리말과 토속어를 시조작품 속에 녹여내 시조의 대중화를 이루는 것이 꿈이다.
40대 여성들의 감수성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신춘문예에도 통했다. 동화 당선자 정희(본명 이정희·41)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동화에 감동했다. "그건 교훈성이 아니라 문학적 감흥이었어요." 그는 출장을 많이 다니는 직장 일 덕분에 무수한 삶의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삶과의 교감과 경험에서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 소재를 길어올린다.
동시 부문에 당선된 장영복(49)씨는 동화를 공부하다가 동시의 매력에 빠진 경우다. 그는 독서지도사를 하면서 아동문학을 접했다. "동시의 맑고 고운 정서를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 문학을 꿈꾸면서도 감히 다가서지 못했는데 동시인이 된다는 목표 아래 정말 열심히 썼다고 한다.
희곡 부문에 당선된 이난영(41)씨도 오랜 꿈을 마침내 이루고야 말았다. 학교에서 희곡을 전공했고 10년 넘게 신춘문예에 도전한 끝에 찾아온 당선의 기쁨이었다. 그에게 희곡은 결혼도 하지 않고 생의 전부를 걸 만큼 존재 자체와 같다.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 고민하지 않아요. 이 길이 바로 운명의 길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관련 상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 신춘문예 당선이 가장 기쁘단다.
평론 부문 당선자인 김수현(31)씨는 철학 전공자이지만 철학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문학·영화 등 인접 장르와의 교감에 관심이 많다. "딱딱하고 이성적인 철학을 공부하면서 미학적 글쓰기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말은 겸양이다. 당선작은 평론답지 않게 단정하고 미려하다. 특정 장르에 대한 애착보다는 모호한 경계의 지점, 거기서 만들어지는 가능성의 것들을 더듬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한편 이번 2010부산일보 신춘문예에는 8개 장르 가운데 부산 출신이 3개 장르에서 당선됐고, 여성 당선자가 40대 여성 3명을 포함해 모두 5명에 달했다. 김건수 기자 kswoo333@busan.com
삶은 문학의 자궁이라고 했다. 문학은 일견, 대단해 보이지만 그것이 분만되는 자리는 평범하고 소박하다 못해 거칠고 황량하다. 누구에게나 문학의 풍경은 있다. 이 풍경을 치유와 희망 혹은 삶을 돌아보는 창으로 바꾸는 것이 문학이다. 그 안에서 이 삶과 저 삶, 우리들의 삶과 그들의 삶이 만나고 섞여드는 놀라운 소통이 일어난다.
문학이야말로 균열과 틈새에서 나오는 것임을 2010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자와 당선작들의 면모가 더없이 명징하게 보여준다. 이들의 문학을 배태한 삶은 신산했으나 거기서 빚어진 글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단정하게 빛난다.
소설 부문 당선자인 신선(본명 신종석·55)씨는 생애 오십 해를 맞았던 지난 2004년, 직장에서 명퇴했다. 무려 25년간 특급호텔에서 호텔리어로 일했던 그를 뒤늦게 홀린 것은 소설이었다. "군대 있을 때 전우신문에 실린 글이 전부였는데, 직장을 그만 둔 뒤 왜 그렇게 소설이 쓰고 싶던지요."
소설 공부는 지독스러웠으나 독학의 늦깎이 소설가 지망생에게 세상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신춘문예에서 숱한 고배를 마신 끝에 그는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비장의 독기를 품고 깊은 산골에 들었다. 세상에 홀로 남은 극한의 고독감 속에서 단편소설 하나에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글의 칼날을 벼리고 벼리는 난산 끝에 나온 것이 바로 이번 당선작이다.
시 부문 당선자 심명수(44)씨에게도 문학이 태어나는 자리는 생의 고단함이었다. 세 살 때 마루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친 뒤 장애가 생겼고, 곧이어 부모님까지 세상을 뜨면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도대체 믿기지가 않았다. 신체적 고통과 불우한 환경에서 그를 구원해 준 것이 바로 시였다. 이제 시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시를 쓰는 동안만큼은 너무너무 행복해요. 제 삶의 곡절들이 시의 밑거름과 에너지가 되었을 테지요. 나만의 특별한 시를 쓰고 싶어요." 그는 현재 한 장애인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삶과 문학이 둘이 아님은 수필 부문에 당선된 김원순(60)씨에게서도 잘 보인다. 그는 학창 시절 시를 좋아하는 문학소녀였으나 형편 때문에 꿈을 꽃피우지 못했다. 글쓰기에 뛰어든 것은 결혼 뒤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서다. 꿈을 접기 안타까워 집안일과 농장일을 하면서도 그는 틈틈이 글을 쓰는 자세를 잊지 않았다. "시적인 수필을 꿈꿔요. 화훼농장을 하면서 꽃과 자연도 늘 접합니다. '꽃수필'의 경지를 일구고 싶네요."
시조 당선자 김환수(48)씨는 제조업체에 근무하면서 인생의 모든 것을 3장 6구 안에 압축하는 시조의 매력에 푹 빠진 경우다. 시조공부 모임에 들면서 시조시인의 자질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한다. "소설을 압축하면 시가 되고 시를 압축하면 시조가 아니겠느냐"라며 다름의 시조관을 갖고 있다. 묻혀있는 고운 우리말과 토속어를 시조작품 속에 녹여내 시조의 대중화를 이루는 것이 꿈이다.
40대 여성들의 감수성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신춘문예에도 통했다. 동화 당선자 정희(본명 이정희·41)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동화에 감동했다. "그건 교훈성이 아니라 문학적 감흥이었어요." 그는 출장을 많이 다니는 직장 일 덕분에 무수한 삶의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삶과의 교감과 경험에서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 소재를 길어올린다.
동시 부문에 당선된 장영복(49)씨는 동화를 공부하다가 동시의 매력에 빠진 경우다. 그는 독서지도사를 하면서 아동문학을 접했다. "동시의 맑고 고운 정서를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 문학을 꿈꾸면서도 감히 다가서지 못했는데 동시인이 된다는 목표 아래 정말 열심히 썼다고 한다.
희곡 부문에 당선된 이난영(41)씨도 오랜 꿈을 마침내 이루고야 말았다. 학교에서 희곡을 전공했고 10년 넘게 신춘문예에 도전한 끝에 찾아온 당선의 기쁨이었다. 그에게 희곡은 결혼도 하지 않고 생의 전부를 걸 만큼 존재 자체와 같다.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 고민하지 않아요. 이 길이 바로 운명의 길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관련 상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 신춘문예 당선이 가장 기쁘단다.
평론 부문 당선자인 김수현(31)씨는 철학 전공자이지만 철학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문학·영화 등 인접 장르와의 교감에 관심이 많다. "딱딱하고 이성적인 철학을 공부하면서 미학적 글쓰기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말은 겸양이다. 당선작은 평론답지 않게 단정하고 미려하다. 특정 장르에 대한 애착보다는 모호한 경계의 지점, 거기서 만들어지는 가능성의 것들을 더듬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한편 이번 2010부산일보 신춘문예에는 8개 장르 가운데 부산 출신이 3개 장르에서 당선됐고, 여성 당선자가 40대 여성 3명을 포함해 모두 5명에 달했다. 김건수 기자 kswoo333@busan.com
문학이야말로 균열과 틈새에서 나오는 것임을 2010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자와 당선작들의 면모가 더없이 명징하게 보여준다. 이들의 문학을 배태한 삶은 신산했으나 거기서 빚어진 글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단정하게 빛난다.
소설 부문 당선자인 신선(본명 신종석·55)씨는 생애 오십 해를 맞았던 지난 2004년, 직장에서 명퇴했다. 무려 25년간 특급호텔에서 호텔리어로 일했던 그를 뒤늦게 홀린 것은 소설이었다. "군대 있을 때 전우신문에 실린 글이 전부였는데, 직장을 그만 둔 뒤 왜 그렇게 소설이 쓰고 싶던지요."
소설 공부는 지독스러웠으나 독학의 늦깎이 소설가 지망생에게 세상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신춘문예에서 숱한 고배를 마신 끝에 그는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비장의 독기를 품고 깊은 산골에 들었다. 세상에 홀로 남은 극한의 고독감 속에서 단편소설 하나에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글의 칼날을 벼리고 벼리는 난산 끝에 나온 것이 바로 이번 당선작이다.
시 부문 당선자 심명수(44)씨에게도 문학이 태어나는 자리는 생의 고단함이었다. 세 살 때 마루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친 뒤 장애가 생겼고, 곧이어 부모님까지 세상을 뜨면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도대체 믿기지가 않았다. 신체적 고통과 불우한 환경에서 그를 구원해 준 것이 바로 시였다. 이제 시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시를 쓰는 동안만큼은 너무너무 행복해요. 제 삶의 곡절들이 시의 밑거름과 에너지가 되었을 테지요. 나만의 특별한 시를 쓰고 싶어요." 그는 현재 한 장애인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삶과 문학이 둘이 아님은 수필 부문에 당선된 김원순(60)씨에게서도 잘 보인다. 그는 학창 시절 시를 좋아하는 문학소녀였으나 형편 때문에 꿈을 꽃피우지 못했다. 글쓰기에 뛰어든 것은 결혼 뒤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서다. 꿈을 접기 안타까워 집안일과 농장일을 하면서도 그는 틈틈이 글을 쓰는 자세를 잊지 않았다. "시적인 수필을 꿈꿔요. 화훼농장을 하면서 꽃과 자연도 늘 접합니다. '꽃수필'의 경지를 일구고 싶네요."
시조 당선자 김환수(48)씨는 제조업체에 근무하면서 인생의 모든 것을 3장 6구 안에 압축하는 시조의 매력에 푹 빠진 경우다. 시조공부 모임에 들면서 시조시인의 자질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한다. "소설을 압축하면 시가 되고 시를 압축하면 시조가 아니겠느냐"라며 다름의 시조관을 갖고 있다. 묻혀있는 고운 우리말과 토속어를 시조작품 속에 녹여내 시조의 대중화를 이루는 것이 꿈이다.
40대 여성들의 감수성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신춘문예에도 통했다. 동화 당선자 정희(본명 이정희·41)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동화에 감동했다. "그건 교훈성이 아니라 문학적 감흥이었어요." 그는 출장을 많이 다니는 직장 일 덕분에 무수한 삶의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삶과의 교감과 경험에서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 소재를 길어올린다.
동시 부문에 당선된 장영복(49)씨는 동화를 공부하다가 동시의 매력에 빠진 경우다. 그는 독서지도사를 하면서 아동문학을 접했다. "동시의 맑고 고운 정서를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 문학을 꿈꾸면서도 감히 다가서지 못했는데 동시인이 된다는 목표 아래 정말 열심히 썼다고 한다.
희곡 부문에 당선된 이난영(41)씨도 오랜 꿈을 마침내 이루고야 말았다. 학교에서 희곡을 전공했고 10년 넘게 신춘문예에 도전한 끝에 찾아온 당선의 기쁨이었다. 그에게 희곡은 결혼도 하지 않고 생의 전부를 걸 만큼 존재 자체와 같다.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 고민하지 않아요. 이 길이 바로 운명의 길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관련 상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 신춘문예 당선이 가장 기쁘단다.
평론 부문 당선자인 김수현(31)씨는 철학 전공자이지만 철학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문학·영화 등 인접 장르와의 교감에 관심이 많다. "딱딱하고 이성적인 철학을 공부하면서 미학적 글쓰기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말은 겸양이다. 당선작은 평론답지 않게 단정하고 미려하다. 특정 장르에 대한 애착보다는 모호한 경계의 지점, 거기서 만들어지는 가능성의 것들을 더듬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한편 이번 2010부산일보 신춘문예에는 8개 장르 가운데 부산 출신이 3개 장르에서 당선됐고, 여성 당선자가 40대 여성 3명을 포함해 모두 5명에 달했다. 김건수 기자 kswoo333@busan.com
| 24면 | 입력시간: 2010-01-01 [16:37:00]
출처 : Marie의 문화세상(부산)
글쓴이 : Mari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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