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박남희
요즘에는
아파트 딱지 한 장 얻기도 힘든 세상이지만
한때는 내 호주머니 속에 딱지가 그득했다
그때는 딱지를 접으면
5.16 구테타도, 삼선 개헌도 쉽게 접혔다
딱지를 접어서 한방 내리치면
무소불위의 독재정권도 쉽게 뒤집혔다
내 손에 넘어간 딱지를 펴보면
딱지 속에는 비밀이 없었다
딱지는 종이의 두께와 크기가 관건이라는 것
꼬맹이들은 누구나 잘 알았다
나는 내 손에 쉽게 넘어간 독재권력과
영화포스터의 누드를 겹쳐서
더욱 두꺼운 딱지를 만들었다
튼튼한 딱지 제국을 건설했다
나는 겁 없는 갑부였다
세상의 온갖 비리와 소문이 딱지로 접혀서
내 바지 속에서 두둑했다
‑ 「딱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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