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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009년 《문학사상》 상반기 신인상 당선작_손미

시치 2009. 12. 12. 21:29

2009년 《문학사상》 상반기 신인상 당선작_손미

 

달콤한 문 / 손미

 

 

 

초희楚姬*

붉게 터진 네 아기를 찾으러 갈 시간 너는 맨몸으로 딱딱한 무덤을 나와

우주에 떠 있는 고아원으로 가자 측백나무 가지가 길게 삐져나온 별 하나를

찾자 언젠가 지나오는 길에 노란 손수건을 매어둔 것 같은 나무가 있다

스물일곱 송이 꽃이 폈고 비로소 우리는 가장 아픈 꼭짓점에 섰지 토성

의 달들이 우리의 소풍을 반겨줄 것이다

 

초희, 달아나자 우주를 향해 네 것인지 내 것인지 머리카락 뜯으며… 가

는 길 어디쯤 앉아 단 한 번만 춤을 추자 네 시를 비웃던 남자와 내 삶을

비웃던 애인이 모퉁이에서 만나 웃거나 혹은 외면하겠지

 

문밖에서 우주가 울고 있다

 

문을 열면 고아처럼 버려진 것들이 젖을 찾아 온몸에 파고들어 초희, 우

리는 가서 이름 없는 것들의 어미가 되자

우리, 가는 길 어디쯤 앉아 별의 꼭지를 잡고 단 한 번만 웃거나 울자 스

물일곱 송이 꽃이 졌고,

사자가 먹은 제 새끼를 생각하는 기린 한 마리가 우리를 배웅해줄 때 미

리 와서 떠돌던 스푸트니크의 개가 마중 나오는 그림자가 보인다

자, 이제

 

  *초희楚姬: 허난설헌의 이름

 

 

젤리 후레쉬맨 / 손미

 

 

 

동족을 찾아가는 길이었어

질긴 혓바닥을 가진, 내

하나뿐인 친구가 절교를 선언했을 때

서른이 오고 있었어

 

우주를 날아다니는 후레쉬 후레쉬 후레쉬

후레쉬 하지 않은

 

나를 폐기하라 오버.

 

빙하에 박힌 매머드,

들키지 않게 사라지는 법을 알고 있는 유일한 종족

 

어금니가 아파 합체할 수 없는 젤리가

벨벳으로 싸인 별에 흘러내려, 달달

달달한 통증.

사라진 언어로 이야기하는 후레쉬 후레쉬

후레쉬맨.

 

본부 응답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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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미 / 1982년생. 한남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현재 한남대학교 문예창작과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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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 권영민(비평가, 서울대 교수) 정끝별(시인, 명지대 교수)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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