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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산책 /김언

시치 2009. 9. 30. 23:47

   유령산책

 

                                     - 김언 

 

 

 

 이 시간이면 그 도시도 전혀 다른 새벽을 보여준다.

 나의 발걸음도 수상하다. 아무도 없을 때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이 보였다.

 그의 눈에 띄면서 나는 드디어 사람이 되었다.

 

 직전의 영혼은 모두 유령이었다.

 누가 발견하기 전 나의 걸음은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나의 보행과 나의 생각과 나의 입김이 그의 눈에서 순간 빛나고

 나는 놀란다. 사람이 된 것이다. 아무도 없을 때

 

 나는 어디에도 없었다.

 어디에도 없는 나의 보행이 걸어가면서

 그를 본다. 멀리서 걸어오는 그를.

 한 사람의 윤곽과 어렴풋한 입김을

 그 생각을.

 

 멀리서 나를 발견한 그는 가까스로 유령에서 빠져나왔다.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고 있다. 직전의 나처럼.

 

 

 

             『시현실』2009년 여름호

 

 

 

                - 1973년 부산출생. 부산대 산업공학과 졸업.

                   1998년『시와사상』등단

                   시집<숨쉬는 무덤><거인><소설을 쓰자>

                   2009년 제9회 미당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