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미당문학상 후보작 / 시 -김신용 ‘이슬의 눈’
노동의 끝에서 생명의 진실을 보다김신용 ‘이슬의 눈’ 외 17편
아침, 숲의 거미줄에 맑게 맺혀 있는 물방울들을 거미가 하나씩 땅에 떨어트리고 있네 마치 두 손바닥을 오므려 샘물을 뜨듯, 앞발을 모아 포옥 떠서 혹은, 이빨로 콕, 깨물어 터트려서, 아래로 떨어트리고 있네 꼭 마당으로 굴러들어 온 귀찮은 돌멩이를 치우는 것 같네 아니, 씨알이 튼실히 영글도록 감자꽃밭에서 감자꽃을 따주는, 摘花(적화)의 손길 같네 -‘이슬의 눈’ 부분(‘시작’ 2008년 겨울호) 거미가 새벽이슬을 하나씩 치운다. 살기 위해, 먹이를 잡기 위해 거미줄을 청소한다. 김신용(54) 시인은 그렇게 거미의 ‘노동’을 그려낸다. 인간이 징그럽게 여기는 미물이지만, 우주의 질서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가는 고귀한 생명체라 시인은 보았다. “이념에 물들기 전에도 노동은 존재했지요. ‘노동’이라 의식하지 않고 일하는 게 노동입니다. 노동의 사유를 끝까지 밀고 가다 보면 자연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 모습과 맞닿습니다. 거기서 노동의 본 모습을 꺼내보는 겁니다.” 그는 ‘한때,/ 지게는, 내 등에 접골된/ 뼈였다’(‘환상통’ 중)고 노래한 ‘노동 시인’이었다. 몇 해 전부터 ‘도장골 시편’ ‘섬말 시편’을 발표하며 자연으로 눈길을 돌렸다. 유성호 예심위원은 “최근 시편에는 생의 종요로운 이치와 근원적 감각이 매우 구체적이고 심미적으로 나타난다”고 평했다. 이경희 기자 ◆김신용=1988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 『버려진 사람들』『개 같은 날들의 기록』『몽유 속을 걷다』『환상통』『도장골시편』, 시선집 『부빈다는 것』. 천상병시상, 노작문학상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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