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예수재를 닦다.-원명사 생전 예수재 회향 작법(1)
평소 자주 만나는 도반께서 생전예수재를 직접 체험해 보라는 권유다.
자기가 자주 가는 절 원명사에서 오늘 회향식을 겸해 우란분절 입재를 같이 한단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생전예수재와 그에 따른 작법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원명사라면 몇 년 전에 그를 따라갔다가 지장기도의 여법한 의식과 신도들의 잘 연마한 독경소리, 춘부다라니에 아주 감탄을 하고 온 경험이 있는 곳이다.
그때도 일천한 불교 공부에서 지장기도의 진면목을 직접 보고 체험해 보리라는 작심으로 그의 권유에 슬쩍 얹혔던 기억이다. 그래서 아주 유익한 경험을 했었지, 그때.
얹힌다? 흔히들 꼬인다고 표현하는 어리석음, 사람이란 때로는 얹혀주는 어리석음이 매력일 수도 있다. 누군가로부터 적극적으로 권유를 받았을 때, 이래저래 부정적인 핑계로 빠져나갈 궁리보다 적당히 긍정적으로 얹혀 주는 것,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래, 오늘은 대월거사에게 한번 꼬여주기로 했다.
원명사 노천 지장보살님. 원명사가 지장기도의 성지가 되게 한 영험으로 유명합니다.
아침부터 제법 부지런을 떨고 서둘러 원명사에 도착, 법당에서는 벌써 바라춤이 한창입니다. 카메라가 있음 사진으로 남겨두고싶은 춤사위를 그냥 바라봅니다. 역시 오늘의 얹힘이 좋은 체험이 될것같은 예감입니다. 결코 후회는 않을겁니다.
스님 두 분과 어울린 두 분의 선녀가 참 멋드러진 춤사위로 바라춤을 추는 모습, 혼자 보기엔 너무 아쉽군요.
자랑을 하고 싶지만 저장 할 기능을 찾지 못하고 안절부절 바라춤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바라춤 - 서장 - / 신석초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티없는 꽃잎으로 살어 여려 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까나.
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긴
종소리는 아마 이슷하여이다.
경경히 밝은 달은
빈 절을 덧없이 비초이고
뒤안 으슥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두견조차
저리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무상한 열반을
나는 꿈꾸었노라.
그러나 나도 모르는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
몸은 설워라
허물 많은 사바의 몸이여!
현세의 어지러운 번뇌가
짐승처럼 내 몸을 물고
오오, 형체, 이 아리따움과
내 보석 수풀 속에
비밀한 뱀이 꿈어리는 형역(刑役)의
끝없는 갈림길이여.
구름으로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 소리
지는 꽃잎도 띄워 둥둥 떠내려가것다.
부서지는 주옥의 여울이여!
너울너울 흘러서 창해에
미치기 전에야 끊일 줄이 있으리.
저절로 흘러가는 널조차 부러워라.
= 이하 생략 = -문장 1939
다음은 저승사자에게 인사를 드리는 시간, 四直使者라는 이름표를 붙인 영정앞에 지폐를 올리고 절을 합니다.
나도 따라서 절을 하고 돌아 나오니 뒷문을 열고 하직인사를 드립니다.
-누구신지 몰라서 사전을 뒤져봅니다.(四直使者:년직,월직,일직,시직사자)라고 나옵니다.
안녕히 가십시요! 사자님, 다가오는 장래에 오늘의 이 공덕으로 부디 아는체나 말아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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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승무를 추면서 유주 무주 고혼과 자성 영가를 위한 축원입니다. 아, 참! 내게는 핸드폰에 장착된 좋은 카메라가 있다는 걸 생각 해 냅니다. - 염치도 품위도 팽개쳐 버리고 찍기에 몰두합니다.ㅋㅋ
말로만 듣던 승무를 직접 감상합니다. 나비같은 춤사위가 참으로 경쾌합니다. 자연, 조지훈 님의 승무를 떠올려봅니다.
승무(僧舞)/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빰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불국정토에서 천상의 여인을 만나다. 이쯤 되면 속세의 번뇌가 훨훨~날아가 버립니다.
박사고깔도 외씨버선도 이제 겨우 이해가 됩니다.
원명사 회주,묘허스님께서 법문을 하고 계십니다. 간결하고 유창한 법문이 인상적입니다. 생전예수제의 의미를 말씀해 주셨지만 다 기억 할 수 없어 인터넷을 뒤져 예수재의 설명으로 합당한 내용을 아래에 붙여 놓았습니다.
생전예수재
사람은 누구나 죽음 후 49일간 중음계에 떠돌며 많은 고통을 받게 된다. 그리고 지옥이나 극락으로 갈 길이 결정되는데 그 고통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이 생전예수재를 지내주는 것이라 한다.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란 살아있는 사람이 자신의 사후를 위해 공덕을 쌓아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미리 재를 지내는 것이다. 풀이하자면 불법의 공덕을 저축하는 의식으로 죽음 후 지옥고를 받지 않게 내생을 다지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또 예수시왕생칠재(豫修十王生七齋)라고도 하여 사후에 갚아야 할 빚과 과보를 미리 갚아 살아서 사후의 복전을 일구기 위해 재(齋)를 행하며, 재를 지내는 기간 동안 익힌 습성의 방향에 따라 좋음 몸을 받게 되는 것이다.
예수재의 유래를 보면 인도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이 어느 겨울 밤 홀연히 나타난 저승사자들에게 이끌려 저승길로 향하게 되었는데 영문도 모르고 옥에 갇히게 된 빔비사라왕은 억울하다며 저승사자들에게 항의를 하였다. “ 나는 왕에 오른 이 후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렸고 악업을 짓기는커녕 선업만을 지었는데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벌을 주려 하느냐”고 따지니, 저승사자는 종관 권속들이 대왕의 공양을 얻지 못하여 이런 고통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놀란 대왕은 간청하여 다시 세상에 나가게 되면 어리석은 중생들을 모두 법답게 수행 할 수 있게 제도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종관 권속들의 명단(지장대성을 위수로 6대 천조(天曹), 도명무독(道明無毒), 6대 천왕(天王), 명부시왕(冥府十王), 16 판관(判官), 3원장군(三元將軍), 선악2부동자(善惡二部童子), 37위 귀왕(鬼王), 감제직부호법신토지영관(監濟直符護法神土地靈官) 97위, 시왕각배종관(十王各陪從官)162등 도합 259위를 가지고 세상에 돌아왔다. 간신히 죽음을 면하고 돌아온 왕은 그때부터 매일 1위씩 지성으로 예배 공양하면서 전세의 죄업을 참회하고 현세의 죄업을 소멸하고자 예수시왕생칠재(豫修十王生七齋)를 올려 마침내 도솔천에 태어나서 지장대성을 뵙고 수다원과를 얻었다는데서 예수재가 유래 되었다고 한다.
예수재에서 지장보살, 도명존자, 무독귀왕에 예경하는 것은 우리 중생이 지옥에 떨어지지 않도록 해 달라는 소원을 비는 것이고, 대범천왕, 제석천왕, 사대천왕께 예경하는 것은 천상의 세상으로 이끌어 달라는 바램이 깃들어 있음을 의미한다. 보통 사람이 죽으면 3, 5, 7,7, 49재를 지내는데 예수재는 살아 있는 이가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참회의 공덕으로 업장을 소멸하고 지계와 보시로써 내생의 복락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경전을 독송하여 해탈과 열반의 길에 들어서고자 하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 다함께 행복을 추구하는 아름다운 의식을 뜻한다.
《지장보살 본원경》 <이익존망품>에 보면 “생전에 좋은 인연은 닦지 않고 죄만 많이 지은 사람은 사후에 그 권속들이 그 사람을 위해 공덕을 베풀지라도 그가 받을 수 있는 것은 7분의 1이고 나머지 7분의 6은 살아있는 사람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러므로 현재나 미래의 중생들은 스스로 수행한 인연으로 그 공덕을 받는다.”
고 기록되어 있다. 결국 자작자수(自作自受),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그만큼 생전예수재의 기도 공양을 올리는 것은 빚을 갚는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있는 동안에 저마다 빚을 지는데 예수재를 지냄으로써 그 빚을 미리 갚는다는 뜻이다. 빚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불교 경전을 읽어야 할 빚이고, 다른 하나는 금전적인 빚이다. 경전을 읽어야 할 빚은 예수재를 올림으로써 갚게 되며 돈으로 진 빚은 종이로 만든 지전을 시왕전에 올리는 것으로 갚게 되므로 무난히 극락에 왕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는 수많은 다른 중생들의 희생이 따르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다른 중생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빚을 갚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어떠한 댓가를 바래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보시를 행하게 하여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게 하려는 것이 예수재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기 전 생전예수재를 모시는 공덕에 대해
.“봄에 뿌린 한 알의 씨앗이 가을에 천만 개의 열매를 맺는다. 예수재를 지내는 공덕도 이와 같으니라.”고 비유(봄은 현생을 말하고 가을은 내생을 의미함.)하시고
그 공덕 10가지를 말씀하셨다.
첫째, 가난과 어려움을 면할 수 있다.
둘째, 전생과 내세의 죄업이 소멸된다.
셋째, 선망 부모가 모두 왕생극락 한다.
넷째, 재산이 풍부하고 권속이 많아진다.
다섯째, 무병장수를 누리고
여섯째, 생사의 공포심이 없어진다.
일곱째, 원 하는 바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고
여덟째, 지위와 명예가 사방에 뻗친다.
아홉째, 깨달음을 얻게 되어 수시로 명부사자와 염라대왕을 친견 한다.
열 번째, 생전과 사후에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이 옹호 한다.
3일이라도 도를 닦는 것은 하늘에 쌓는 보배지만 탐욕은 하루아침에 티끌이 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지혜 있는 사람은 이 예수재를 통해 노자를 스스로 마련하고 영혼을 닦는 것이다.
점심 공양을 끝내고 그냥 올려다가 다시, 천상에서 하강한 선녀. 사뿐이 문을 열고 법당으로 들어갑니다.
나도 모르게 법당으로 끌려 들어가는 자신을 봅니다. 인연이 맞으면 이렇게 흠뻑, 법비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극락정토가 따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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