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그늘의 발달
- 문태준
아버지여, 감나무를 베지 마오
감나무가 너무 웃자라
감나무 그늘이 지붕을 덮는다고
감나무를 베는 아버지여
그늘이 지붕이 되면 어떤가요
눈물을 감출 수는 없어요
우리 집 지붕에는 폐렴 같은 구름
우리 집 식탁에는 매끼 묵은 밥
우리는 그늘을 앓고 먹는
한 몸의 그늘
그늘의 발달
아버지여, 감나무를 베지 마오
눈물은 웃음을 젖게 하고
그늘은 또 펼쳐 보이고
나는 엎드린 그늘이 되어
밤을 다 감고
나의 슬픈 시간을 기록해요
나의 일기(日記)에는 잠시 꿔온 빛
시집『그늘의 발달』2008 문지
시인의 말
한 짐 가득 지게를 진 아버지가
굴을 빠져나와서 혹은 길가 비석 앞에서
지게를 진 채 한쪽 무릎을 세워 앉아
잠시 잠깐 가쁜 숨을 고르시던 게 생각난다.
시집을 내자고 여기 숨을 고르며 앉아 있는 나여.
너는 얼마나 고되게 왔는가.
아버지께 이 시집을 바친다.
2008년 여름
문태준
-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고대 국문과,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창과 졸업.
1994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 당선.
「시힘」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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