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다시보기

[스크랩] 반딧불 / 임영조

시치 2009. 6. 3. 23:29

      반딧불  /  임영조



내 가슴속 어두운 방에

반딧불 하나 키웠으면 좋겠네

낮에는 풀잎 뒤 이슬로 숨었다가

밤이면 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깨우는

가장 절실하게 빛나는 언어가 되는

더러는 꽃이 되는 원죄가 되는


나 눈 뻔히 뜨고도 세상 어두워

지척을 분간하지 못할 때

아차! 발 삐끗 미망 속을 헤맬 때

반짝반짝 나만 아는 신호를 보내는

먼 그리움 같은 반딧불 하나

아무도 모르게 가졌으면 좋겠네


내 영혼의 배터리가 다 닳아

삶이 시큰둥 깜박거릴 때

온몸을 짜릿짜릿 충전해주는

그 은밀한 사랑, 그게 혹

황홀한 고통의 마약일지라도

나는 죄짓듯 기꺼이 음독하겠네


손만 대면 확! 뜨겁게 점등하는

알전구처럼 성감대가 민감한

반딧불 하나 환히 켜졌으면 좋겠다

쓸쓸하고 어두운 나의 빈방에

 

 

 

 

 

 

출처 : 詩로 바람 그리기
글쓴이 : 이문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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