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동백외1편/석여공

시치 2009. 4. 29. 23:59

동백외1편/석여공



누가 첫입술로 저 동백에 입맞춤 했나

누가 저 동백 못잊게 해서

들어오시라고 성큼 꽃 속으로 동백길 가자고

붉은 몸 열어 만지작거리게 했나

저 동백 누가 훔쳐 달아나 버려서

혼자라도 아득히 그리운가 저 동백

동백을 보면 언제나 몸살지게 춘정은 살아

동백을 보면 나 아직 쿵쿵 뛰는 가슴이어서

그대여 저 붉은 귀에다 소식 전하면

그 길에 누워서 죽어버려도 좋겠네

 

   

    잘 되었다


    이 가을 햇빛은

    꼭 잘 깍은 목탁 같다

    그대 떠난 것이

    잘 되었다

    가을이 내 안에서

    얼굴 붉히며

    익어갈 수 있으니

    가만 두어도 내가 내 안에서

    단풍들 수 있으니

    산 빛 보며 혼잣걸음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