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젊은 시
신춘문예 당선 시인(4년차) 전통 문예지 데뷔 시인(3년차) 문제시 100선
|차례|
선정위원의 말|신인의 약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김민서|<시작> 2008년 등단
김은주|<동아일보> 2009년 등단
김지녀|<세계의 문학> 2007년 등단
민 구|<조선일보> 2009년 등단
박시하|<작가세계> 2008년 등단
박 준|<실천문학> 2008년 등단
백상웅|<창작과 비평> 2008년 등단
서효인|<시인세계> 2006년 등단
송기영|<세계의 문학> 2008년 등단
신은영|<시인세계> 2008년 등단
유희경|<조선일보> 2008년 등단
윤은희|<무등일보> 2009년 등단
이우성|<한국일보> 2009년 등단
이이체|<현대시> 2008년 등단
이제니|<경향신문> 2008년 등단
이 진|<시인시각> 2008년 등단
이혜미|<중앙일보> 2006년 등단
정영효|<서울신문> 2009년 등단
한세정|<현대문학> 2008년 등단
홍종화|<유심> 2008년 등단
신인의 약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대형서점의 시집 코너에 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지난 십수 년 동안 두 가지 현상이 진행되었는데, 첫째는 시집 코너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줄어든 그 자리마저도 유명 시인이 엮고 해설을 붙인 시선집이 매워버렸다는 것이다. 예컨대 ‘아무개 시인이 사랑하는 시’ 같은 제목을 붙인 시집들이 판매대와 서가에 진열되어 있고 베스트셀러 시집도 이런 것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대형서점에 가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시집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대중의 인기가 그 시인을 잴 수 있는 잣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점에서는 그것이 통하고 있다. 그런데 문예지 코너에 가보면 낯선 문예지들이 우후죽순인 양 꽂혀 있다. 시집 판매의 하향곡선과 문예지의 난립 앞에서 우리는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예지가 이렇게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시인이 양산되고 있음을 뜻한다. 광역시마다 2~3종씩의 문예지가 나오고 있어 이제는 지방문예지의 수가 중앙문예지 수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형국이다. 지방신문들도 거의 예외 없이 신춘문예 공모를 하고 있는데, 근년에는 사이버 언론매체에서도 앞을 다투어 신춘문예며 신인상 공모를 하고 있다. 해마다 중앙/지방신문 신춘문예와 어느 정도 공신력을 얻은 문예지의 신인상으로 등단하는 시인의 수가 거의 100명은 된다. 이밖에 호당 3~4명 내지 7~8명씩 등단시키는 문예지도 뜻밖에 많기 때문에 연간 200명은 족히 시인의 관을 쓸 수 있는 것이 우리 시단의 기막힌 현실이다.
5년째 발간하고 있는 <젊은 시> 이번 호의 특징은 지방신문 신춘문예와 지방문예지 당선자가 확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지방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는 <무등일보>의 윤은희가 있을 뿐이고 지방문예지 신인상 수상자는 1명도 없다(<유심>도 중앙지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첫째, 등단지면이 워낙 많다 보니 구태여 지방에서 출간되는 문예지나 지방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려는 실력 있는 시인 지망생이 많지 않다는 데 연유한다. 아직도 서울에서 발간되는 상당수 문예지의 편집자는 ‘지방’의 신춘문예와 문예지로 나온 시인을 정식 등단하지 않은 이로 간주하고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시인 지망생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엄청나게 많이 창간된 문예지와 기존 문예지 및 신춘문예를 통해 웬만큼 등단을 해버린 데 있다.
등단 절차가 이렇게 쉬워진 것은 유례없는 일로서 우리 시단의 질적 저하를 가져왔고, 이는 우려할 만한 일이다. 50개가 넘는 대학 문예창작학과와 그 수의 절반쯤 되는 문학 사숙에서 공부하는 문인 지망생들은 작품 창작의 기법과 테크닉은 익히되 곧 죽어도 문학을 하겠다는 절박함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 문학의 정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기교를 익힌다면 등단은 할 수 있겠지만 시인이나 작가가 아닌 문학기술자가 되기 쉽다. 다시 말해 장인이 아닌 기능공이 되기 쉽다. 그래서인지 우리 시단에서는 ‘독자는 없고 시인만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
이번에 선정한 20명 시인의 전반적인 특징으로, 눈에 확 뜨일 만큼의 확실한 개성을 지닌 시인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20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세 사람 모두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은 시인은 한 명도 없었다. 창간호라고 할 수 있는, 빨간 색 표지였던 <2005 젊은 시> 수록 시인들의 활약상은 대단하다. 김광선, 김안, 문성해, 박장호, 박지웅, 박후기, 송승환, 윤성학, 이현승, 장석원, 장승리, 조동범, 조명, 조영석, 하재연, 황병승 등이 그들인데, 이번에 선정한 20명 시인이 선배시인들만큼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20명 가운데 이전에 작품을 받았던 시인은 서효인, 유희경, 이제니, 이혜미 네 사람이다. 모두 작년 한 해의 성과를 높이 사서 다시금 청탁서를 보내 원고를 받았다.
신춘문예 당선자가 8명으로,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현상이 신춘문예의 질적 향상에 연유한 것이 아님을 당선자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2009년 신춘문예 당선자가 특히 많이 선정된 데는 지방문예지 당선자 중 우수한 신인이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다.
지금 우리 시단에는 ‘미래파’ 시인들의 화려한 수사도, 몇몇 여성시인이 파괴적으로 보여준 자신의 정체성 확인을 위한 자학과 가학의 몸부림도 보이지 않는다. 실험시, 생태시, 민중시의 물결이 지나간 자리에서 왜소한 서정이 독자가 알아들을 수도 없는 독백을 일삼고 있다. 독자의 외면과 아울러 문학평론가들의 담론조차 활발히 전개되지 않고 있음을 신진 시인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고인 연못과도 같은 기존 시단에 시의 폭우, 시의 우박을 쏟아부을 신인의 약진이 지금보다 절실했던 때가 없다. 다섯 번째 펴내는 <젊은 시>는 이제 연인원 100명의 식구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들 시인이 우리 시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튼튼한 재목임을 우리는 믿고 싶다. 시인이라는 존재가 독자의 존경은커녕 응원도 받기 어려운 시대이고 수많은 시인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시련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제2의 습작기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마음가짐으로 시 쓰기에 온 열정을 불태워 그 모든 시련을 극복, 훌륭한 시를 남긴 시인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시 쓰기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겠기에.
살벌한 문학 마을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를, 등단작을 포함한 5편의 시가 20명 시인의 대표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20명 시인이 새로운 활력소의 역할을 한다면 우리 시단의 침체는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에서 때로는 따끔한 지적도 했다. 이 점, 시인들의 이해를 구한다.
2009년 2월 초
선정위원 : 이승하, 문혜원, 이재복
출처:이승하 교수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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