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애송시 100편 - 80편] 갈대 등본 갈대 등본 신 용 목 ↑ 일러스트 잠산 무너진 그늘이 건너가는 염부 너머 바람이 부리는 노복들이 있다 언젠가는 소금이 설산(雪山)처럼 일어서던 들 누추를 입고 저무는 갈대가 있다 어느 가을 빈 둑을 걷다 나는 그들이 통증처럼 뱉어내는 새떼를 보았다 먼 허공에 부러진 촉 끝처럼 박혀 있었다 휘.. 애송시100편 2008.06.06
[스크랩] [애송시 100편 - 79편] 투명한 속 투명한 속 이 하 석 유리 부스러기 속으로 찬란한, 선명하고 쓸쓸한 고요한 남빛 그림자 어려온다, 먼지와 녹물로 얼룩진 땅, 쇠 조각들 숨은 채 더러는 이리저리 굴러다닐 때, 버려진 아무 것도 더 이상 켕기지 않을 때, 유리 부스러기 흙 속에 깃들어 더욱 투명해지고 더 많은 것들 제 속에 품어 비출 .. 애송시100편 2008.06.06
[스크랩] [애송시 100편 - 78편] 일찌기 나는 일찌기 나는 일찌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 가면서 일찌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떨어.. 애송시100편 2008.06.06
[스크랩] [애송시 100편 - 77편] 국토서시 국토서시 조 태 일 발바닥이 다 닳아 새 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야윈 팔다리일망정 한껏 휘저어 슬픔도 기쁨도 한껏 가슴으로 맞대며 우리는 우리의 가락 속을 거닐 수밖.. 애송시100편 2008.06.06
[스크랩] [애송시 100편 - 제 76편] 조국(祖國) / 정 완 영 ▲ 일러스트 = 잠산 [애송시 100편 - 제 76편] 조국(祖國) / 정 완 영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애인 사랑 손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 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애송시100편 2008.06.04
[스크랩] [애송시 100편 - 제 75편]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 일러스트 권신아 [애송시 100편 - 제 75편]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 애송시100편 2008.06.04
[스크랩] [애송시 100편 - 제 74편]절벽 / 이 상 ▲ 일러스트=잠산 [애송시 100편 - 제 74편] 절벽 / 이 상 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향기롭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거기묘혈을판다. 묘혈도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속에나는들어앉는다. 나는눕는다. 또꽃이향기롭다. 꽃은보이지않는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잊어버리고재차거기묘혈을판다. 묘혈은.. 애송시100편 2008.06.04
[스크랩] [애송시 100편 - 제 73편] 반성 704 / 김영승 ▲ 일러스트 권신아 [애송시 100편 - 제 73편] 반성 704 / 김영승 밍키가 아프다 네 마리 새끼가 하도 젖을 파먹어서 그런지 눈엔 눈물이 흐르고 까만 코가 푸석푸석 하얗게 말라붙어 있다 닭집에 가서 닭 내장을 얻어다 끓여도 주어보고 생선가게 아줌마한테 생선 대가리를 얻어다 끓여 줘 봐도 며칠째 잘.. 애송시100편 2008.06.04
[스크랩] [애송시 100편 - 제 72편]- 마음의 수수밭 /천양희 ▲ 일러스트 잠삼 [애송시 100편 - 제 72편] 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 애송시100편 2008.06.04
[스크랩] [애송시 100편 - 제 71편] 진달래꽃 /김소월 ▲ 일러스트=권신아 [애송시 100편 - 제 71편]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 애송시100편 2008.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