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다시보기

설일/김남조

시치 2016. 5. 7. 00:35

설일/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로써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