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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새마을운동을 꿈꾼다…18년만에 돌아온 추억의 ‘재형(財形)저축’

시치 2013. 1. 29. 18:58

제2의 새마을운동을 꿈꾼다…18년만에 돌아온 추억의 ‘재형(財形)저축’

헤럴드경제 | 입력 2013.01.29 06:52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반갑다. 나는 재형저축이라고 해. 내가 누군지 아는 사람 손 들어봐! 원래 내 풀네임은 근로자재산형성저축인데, 편하게 줄여서 재형이라고 불러. 말처럼 나한테 저축만 하면 재산이 생긴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이 지어졌는데, 이름만 들어도 신이 나지 않니?

내가 몇 살이냐고? 1976년생. 근데 사실 스무살 되던 해부턴 세상 구경을 못했어. 정부에서 나한테 들어가는 나랏돈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었기 때문이지. 그때부터 바깥 구경 못하다가 이번에 정부가 다시 나를 세상에 끄집어내 준거야. 이게 얼마만인지, 18년만이 지났다 벌써. 좀 나이드신 분들은 한창 때의 나를 기억하실텐데, 아마 젊은 사람들은 내 이름이 생소할거야.

새마을운동이라고 들어봤지?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로 시작되는 새마울운동 노래가 온 나라에 가득했던 1970년대에 나는 태어났어. 좀 구식 느낌이 나지만 이래뵈도 왕년의 스타야. 내가 활동했던 스무 해 동안 월급쟁이생활하면서 푼돈으로 목돈 만들어야 하는 서민들한테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 그 당시 나한테 돈 넣으면 연 10% 기본 금리에 나라와 회사에서 주는 장려금까지 합쳐 총 14~16% 정도로 높은 금리를 받게 됐었으니까. 정말 내가 생각해도 파격적인 조건이었던 것 같아.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금리가 높고, 이자로 나가는 세금도 한 푼 내지 않아도 됐으니까 일반 서민들에게 둘도 없는 재테크 수단이었지. 아마 내가 사람이었다면 나도 나한테 저축을 무척 열심히 했을 것 같아.

내가 출시됐던 초기에 얼마나 열풍을 일으켰냐면 당시 월급 25만원이 안되는 회사원들의 월급 종이엔 아예 내 이름으로 된 공제항목이 있어서 다들 눈 딱 감고 월급에서 일정한 돈을 떼서 나한테 가져왔을 정도야. 그게 다 70, 80년대 젋은이들이 결혼하고 애 키우고, 집도 사는 밑천이 되지 않았겠어.

근데 국가에서 나 때문에 세금이 덜 걷히자 고민을 했던 것 같아. 그러다가 20년 쯤 시간이 지나자 정부에서 결단을 내렸던거지. 나라에서 금리 초과분을 대신 보전해줬는데 더 이상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나를 1995년에 세상에서 감추기로 결정하고 만거야.

내가 열풍을 몰기 시작했던 70년대만 해도 저축 열기가 대단했었어. 나라에서 저축을 장려하는 법까지 만들고 사회적으로도 저축 운동에 붐이 일었잖아. 초등학교에서도 학생들한테 의무적으로 저금통장을 만들게 했고, 선생들이 검사하던 시절이었지.

그땐 우리나라 경제가 급하게 성장해야 했던 때라서 정부가 왠만하면 다른 나라한테 손을 안 벌리고 우리 국민들 돈으로 산업에 투자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었어. 그래서 저축을 많이 장려했는데 그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나였던거지. 그러면서 점점 저축률이 올라갔는데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엔 무려 국민총생산(GNP)의 41.5%까지 높아졌어. 대단하지? 그야말로 온 나라가 국민들이 저축한 돈으로 그득해진거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발표한 자료를 들어보니까 내가 세상에 나오기 1년 전이었던 1975년도만 해도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이 7.5%밖에 안됐는데 1988년엔 25.9%까지 높아졌던 걸로 나오더라.

그런데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저축률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어. 그러다가 우리나란 1997년에 IMF(국제통화기금)란 곳에서 구제금융을 받게 됐고, 부동산 버블 사태, 카드 대란까지 겹치면서 작년에는 저축률이 2.8%까지 떨어졌어. 정말 많이 떨어졌지. 국민들이 이제 저축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고 보면 돼. 난 정부가 국민들에게 저축을 유도할 수 있는 나같은 제도를 폐지한 것도 저축율 하락의 원인이 된다고 봐. 그런 면에서 이번에 나를 다시 내놓은 것은 좋은 결정이라고 볼 수 있지.

정부 발표를 보니까 내가 장기주택마련저축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번에 면세 제도로 지정됐데. 서민과 중산층의 장기저축을 유도해서 내 이름처럼 재산형성을 돕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하더라. 기획재정부는 연간 500억원 정도로 소득세를 지원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더라고.

이젠 시대도 변하고 재테크 수단도 다양해져서 앞으로 난 적금, 펀드, 보험까지 모든 금융회사들이 다루는 적립식 금융상품이 될거야. 7년 이상 저축액을 유지하면 이자와 배당소득에 소득세가 무려 14%나 면제되도록 돼 있어. 대신 18년 전이랑 달라진게 혜택 대상이 그냥 근로자가 아니라 연봉 5000마원 이하 근로자여야 하고,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개인사업자까지 더 포함됐더라. 둘 중에 조건이 해당되면 2015년까지 누구나 가입을 할 수가 있어. 또 좋은 점이 소득 요건은 가입 시점에만 충족하면 된데. 가입하고 나서 연봉이 오르거나 소득이 더 늘어도 비과세 혜택은 그대로 유지되는거지.

일단 나를 가입하려면 담당 세무서에서 '소득금액증명서'를 발급받아야 되고 이걸 다시 금융기관에 제출해야 돼. 5월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이전엔 가입하고 싶은 사람이 소득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확인 가능한 시점의 소득증명을 보고 가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야.

또 가입만 했다고 끝이 아니야. 국세청장은 나를 가입한 사람이 가입 시점을 기준으로 이듬해 2월 말까지 원천징수영수증ㆍ지급명세서를 일반사업자의 종합소득신고서 확인을 위해 금융기관에 알려야 하는데 만일 가입 대상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안타깝게도 즉시 해지가 돼. 하지만 이럴 경우 국세청 확인에 따른 해지 시점까지 발생한 이자에 대해선 소득세를 부과하진 않는다고 하니까 다행이지. 이게 다 비과세 상품인 줄 알고 가입한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하네.

사망, 국외 이주, 저축자의 3개월 이상 장기요양이나 저축취급기관의 영업정지 시엔 만기 전에 해지해도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된데. 하지만 나라가 정한 사유 외에 개인 사정으로 7년 안에 돈을 인출하거나 해약할 경우엔 이자와 배당소득에서 감면세액이 제해지게 된다고 하니까 꼭 잘 알아두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태어났던 나를 가능한 한 빨리 재도입해달라고 주문했다는 뉴스를 들었어. 늦어도 3월 쯤엔 볼 수 있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거겠지? 서민들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단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럼 다들 그때 만납시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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