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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대신 한복…상조문화 바뀐다

시치 2013. 1. 20. 23:58

수의 대신 한복…상조문화 바뀐다

상조회사들 비용 낮추고 고객이 맡긴돈 지급보증 신뢰쌓기
장례절차 투명…화장률 70% 넘어서

#1 지난달 아버지 장례를 치른 이 모씨(45)는 장례식 영수증을 확인한 후 속을 태워야만 했다. 장례식장과 음식 비용을 제외하고도 1000만원 가까운 금액이 나왔기 때문이다. 수의만 200만원이 넘었다. 관, 유골함, 상복, 입관용품, 제단용 꽃 등도 당초 예상보다 비싸게 나왔다. 여기에 장례식 관련 일꾼들에게 노자 명목으로 100만원을 건넸다. 이씨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슬픔 때문에 겉으로 내색할 수는 없었지만 비싸게 장례비용을 치렀다는 생각에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2 350만원. 김 모씨(53)가 최근 어머니 장례식을 치른 비용이다. 여기엔 빈소 사용료와 음식값은 포함되지 않았다. 수의 비용은 아예 들지 않았다. 고인에게 수의 대신 평소 즐겨 입던 한복을 입혔기 때문이다. 김씨는 A상조회사에서 나온 장례지도사에게 사례비 명목으로 50만원을 주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대신 고마운 마음에 정성들여 쓴 편지를 선물했다.

장례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돈이 줄줄 새는 허례허식 대신 실속형 장례를 치르는 상주가 늘고 있다. 상주들은 수백만 원이 넘는 삼베 수의 대신 평상복을 이용하거나, 화장 장례를 치름으로써 장례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매장 장례는 관, 횡대비, 산역비(인력), 매장지 매입비, 성물비(비석), 상여비, 포클레인 사용비 등이 들지만 화장은 화장장비, 유골함비, 납골당비(선택) 정도가 소요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화장 비율은 70.1%로 10년 전 두 배 수준이다.

최근엔 The-K예다함이나 보람 등 기업형 상조회사들이 성장하면서 상조시장이 투명해지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상조회사는 320개(2001년)에 달한다. 가입회원수는 330만명, 고객불입금은 약 2조원에 이른다.

이 회사들은 관이나 수의를 비롯해 상복이나 장의용품을 제공하고, 장례지도사들이 장례기간에 모든 예법의 주관부터 각종 행정업무까지 대행해준다.

기업형 상조회사들은 고객 돈에 대한 안전성을 강조한다. 상조회사가 망하거나 오너가 도망가버리면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선불식 할부거래업법에 따르면 상조회사는 2014년까지 고객으로부터 받은 돈 50%를 예치해야 한다.

예치방법은 △은행 예치 △은행지급보증 △보험회사 지급보증 △공제조합 가입 등 네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김원섭 The-K예다함상조 전무는 "우리 회사는 은행지급보증을 실시하고 있다"며 "상조회사는 고객 돈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규직 장례지도사들도 투명한 상조문화 만들기에 기여하고 있다. 장례지도사들이 계약직이나 위탁직 방식으로 일하면 상주에게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신분이나 월급이 일정하지 않으면 과외수입에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회사 측에서 장례지도사를 정규직원으로 채용해 철저한 관리와 교육을 병행하면 뒷돈이 사라질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The-K예다함 등 일부 회사들은 노자나 리베이트 등 검은돈을 받은 직원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해고 조치를 내린다.

이 같은 음성적인 비용이 사라지면 장례 비용은 한결 가벼워진다.

The-K예다함 등 기업형 상조회사들은 300만~500만원대를 주력상품으로 내놓고 있는데 이는 일반 장례에 비해 20~30%가량 낮은 가격대다. 김원섭 전무는 "고인을 잃은 슬픔을 과소비로 이어지게 하는 상조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예다함은 수의 대신 평상복 활용하기, 화환 보내지 말기 등 허례허식 줄이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상조업계는 화환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에 따르면 장례식장용 화환 시장은 연 64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같은 돈이 3~5일짜리 장례식을 위해 하늘로 버려진다는 얘기다.

[정승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