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련

[스크랩] 문학 노년 / 세계일보

시치 2013. 1. 9. 22:56

[설왕설래] 문학 노년

 

갈수록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나이가 많아지는 경향이다. 지난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의 평균 나이는 40세에 육박했다.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자는 아들 둘에 손자 손녀 넷을 둔 71세의 노인이었다. 201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는 74세로, 역대 신춘문예 당선자 중 최고령을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최고 권위의 신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 후보에 75세의 할머니가 포함돼 화제다. 이 상은 통상 20∼30대가 받았고 역대 최고령 수상자는 61세였다. 지난해는 74세의 ‘군조(群像)신인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도 나왔다. 아예 활자에 익숙한 노년층을 겨냥해 노년 작가 발굴에 나선 출판사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작가 최인호는 서울고 2학년 재학시절에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황석영도 19세에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1960년대 문단을 흔들었던 김승옥도 서울대 불문과 재학 중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이 시절 문인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에 문단에 나와 빛나는 감수성을 펼쳐냈다. 30대까지 작가를 꿈꾸는 건 ‘철딱서니 없는’ 경우였다. 남성은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여성은 살림에 바빴다.

 

문학이라는 ‘질병’은 한 번 감염되면 치유되기 어려운 천형인 모양이다. 세월이 달라져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많은 중년의 청춘기 ‘상처’가 도지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남자 77.3세, 여자 84세까지 늘어났다. 은퇴 후에 다시 천형을 감당할 만한 충분히 긴 세월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총장을 역임한 음악학자 이강숙(77)씨는 은퇴 후인 2001년 ‘현대문학’으로 데뷔해 왕성한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 문학을 꿈꾸었다가 좌절한 뒤 한시도 그 꿈을 잊은 적이 없다고 한다.

 

남녀를 불문하고 문학에 목을 매는 지망생들을 ‘문학 청년’이라고 불러왔다. 이제 ‘문학 중년’ 혹은 ‘문학 노년’이라는 조어까지 생겨날 판이다. 젊고 패기 넘치는 신인이 줄어드는 건 아쉽지만, 나이 들어 문학에 투신한다고 얕볼 일도 아니다. 문학은 전문가들을 위해 차리는 밥상이 아니라, 먼 길 끝까지 함께 갈 따스한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조용호 논설위원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copyzigi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