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냄새 땀냄새

합천 오도리 이팝나무. 황매산 철쭉

시치 2025. 5. 13. 00:24

때 아닌 후두부 검사를 위해 며칠 긴장과 불안 속에서 보낸 병원생활이 판단을 유보하고 일주일 간의 귀가 조치에 엉거주춤, 또 며칠을 허무하게 보내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내가 황매산을 물어온다. 황매산 철쭉제로 인한 방송의 여파로 이름을 얻어들은 아내의 호기심과 무료하고 초조한 나의 의기투합으로 오늘은 황매산으로 간다. 

 

 

합천오도리 이팝나무

이팝나무는 봄철에 향기로운 흰 꽃을 피우는데, 배고픈 보릿고개를 힘들게 넘어야 했던 우리들의 선조들이 보기에 탐스럽고 푸짐한 그 꽃잎의 모양이 흰 쌀밥과 같기 때문에 이밥나무라고 부른데서 부터 이팝나무로, 그 이름의 유래라고 한다.  

또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에 꽃을 피워 立夏木이라고도 한다.

이 곳 오도리 한골마을 이팝나무는 116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노거수로 높이가 15m, 나무 밑도의 둘레가 6,6m나 된다고 한다. 1993년 경상남도 기념물(134호)로 지정되어있는 마을 당산목으로  해마다 풍년을 약속하는 기원목이기도 하다.

천년을 넘게 살아 온 노거수의 위엄에 조심스럽게 우거진 풀밭을 한바퀴 돌면서  카메라를 들이대니 저절로 작품이 되는구나

이팝나무도 이팝나무지만 그 옆에서 다소곳이 새싹을 피우는 단풍나무의 연두가 얼마나 싱그로운지 그냥 담아 오고 싶어서..

여기다 인간의 심성을 담아보면 어떨까? 역시 봄도 자연도 인물이 들어가야 비로소 敍事가 완성되는 것. 연두 속의 ...

무려 1100년의 나이 차가 있는 노거수 그늘에서 어린애처럼 수줍어하는 아내를 본다.

창원을 거처 의령의 메밀소바로 점심을 먹을때까지 볼 수 없었던 천진함이 온통 봄으로 가득한 연두색이다. 아니

순백의 청순함으로 서사(敍事)를 녹여낸다. 250여리를 내처 달려온 보람이다.

노거수의 그늘에서 멀리 떨어져 봐야 그 품위와 위엄을 느낄 수 있다

 

길 건너 아까부터 지금 따낸 딸기가 있다는 딸기밭 앞에서 주인은 딴청이다.

"지금 막 다 팔아버렸다구요" 

멀리서 왔으니 사진이나 한 판 박아주소.. 미덥지않은 주인에게 카메라를 들이밀고 보니 그도 마산 사람이라고 반색을 한다

여기서 보니 이팝나무가 제대로 보이는구마. 딸기밭 구경이나 한번 해 볼까

정갈한 딸기밭을 찍고보니 주인양반이 들여다 보고 그 사진 한장 보내달란다.ㅎㅎ

전화전호를 입력하고 친구로 등록을 했으니 우리는 이제 남이 아니다. 그가 일러주는대로 이제는 황매산 철쭉을 보러가야지

황매산을 향해서 찍고보니 웬 로컷인가?

역시 봄빛 아름다운 연두!

쉬엄쉬엄 가다가 서다가 끌려온 황매산 정상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보니 와!

역시 황매산 철쭉이다

울긋불긋 꽃천지 속에서 사람들의 환호성인데  아내에게 저 철쭉의 색깔을 물었더니 학교 다닐 때 배운 색깔론이 나온다. 

"보라! 연보라" 

어제까지 철쭉제를 마쳤는데도 인산이해의 인파 속에서 저기 저 정상까지는 다소 무리일 것 같아 수송차량이 있다기에 물어보니

이미 열흘 전에 예약을 했단다.

아쉬워 하는 아내를 달래어 멀리서 사진이나 찍고 가야지..

내년을 기약하고 지도를 담아가기로 한다. 내년에는 기필코 정상까지 오르고 올라 저 넘어 산청까지 두루 섭렵하고 만끽하리라

 

꽃보다 아름다운 너 내맘에 쏙 드는 너 ~ 나도 참 마이 변했재? 나이 들수록 애교가 자꾸 는다 아이가~^^

아내는 꽃부자! 이게 다 내꺼야!

이건, 분홍, 진분홍..

카메라 여인의 제안으로 오랜만에 호흡을 같이하여 ~하트!

울긋불긋 꽃나무 속에 우뚝한 단풍나무의 새싹, 연둣빛까지...

참 이름다운 꽃동네, 내년에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