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새와 의자/송찬호
시치
2023. 5. 8. 23:29
그 의자가 만들어지기 전
나무였을 때
가지에 날아와 앉던
어떤 새를
의자는 기억하고 있다
새벽을 깨우며 지저귀던
깃털에 찬 이슬이 묻어있던
꽁지 짧은 어떤 새를
잊지 않고 있다
의자라는 직업을 갖기 전
의자라는 형벌의 정물로 만들어지기 전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2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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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10년 동안의 빈 의자』『붉은 눈, 동백』『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분홍 나막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