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저쪽 눈물이 이쪽으로 왔는지/이향

시치 2021. 11. 3. 22:25

저쪽 눈물이 이쪽으로 왔는지/이향


겉은 멀쩡한데 썰어보면 바람 든 무가 있다 바람이 무 속을 헤집고 들어온 것인지 무가 바람을 끌어들인 건지 알 수 없지만 한 번 바람 든 자리는 울음 없는 눈매처럼 퍼석하기만 한데 차곡차곡 접혀 있던 너를 들춰본 뒤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간 그 바람이 썰다 만 무 속에 있다 너는 이미 없는데 바람은 또 불어 마치 저쪽 눈물이 이쪽으로 건너오기라도 했는지 그 자리가 잘 마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