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비의 나라/황인찬

시치 2021. 11. 3. 21:21

 

       ​비의 나라/황인찬

  “상황이 좀 나아지면 깨워주세요”

  그렇게 적힌 쪽지가 있을 것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너는 이 모든 것이 옛날 일처럼 여겨질 것이다 밝은 빛이 부엌을 비추고 있고, 먼

지들이 천천히 날아다닐 것이다 그런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여기에서 일어났는지

  너는 모를 것이다 선하고 선량한 감정들이 너의 안에서 솟아오를 것이다

  기쁨 속에서 너는 국을 끓일 것이다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국물을 우려낼 것이다 흰 쌀밥에서 흐린

김이 피어오를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느껴질 때, 너는 무심코 만지는 것이다

  평화롭게 잠든 사람의 부드러운 볼을

  너는 흠뻑 젖어 있다

  너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