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이용악 문학상 수상작-저항/김영승
□제1회 이용악 문학상 수상작
저항/김영승
풀도 고운 풀이면
먹었던 사람들
고비나물도 구기자 筍도
먹었던 사람들
食糧으로
먹었던 사람들
舊 소련 核발전소 건설에
강제 동원됐던
강제 노동했던 朝鮮人들
느릅나무 껍질을 먹었던
바보 溫達
花壇 나팔꽃 밑둥이
예초기에 잘리고
죽은 兵士의 워커를 삶아
먹었던 사람들
荀子도 태워
먹었던 사람들
잤던 사람들
하늘 밑이고
코스모스 大平原인
大地의
내 그림자 위이다
쓰레기통 뒤져
복어알 끓여 먹고 죽는
친구 사이 몇 명
사람들
참 추운 날의
곱은 손
사람들
-『문학청춘』(2018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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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문학청춘 작품상 수상작
상냥한 시론(詩論)/강영은
바람이 다리를 달아주었어요,
골목을 돌아나가는 검정비닐을 보며 두 다리를 종종거리는
준아, 너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보여주는구나
엄마별이 울고 있어요, 아가별은 어디 있을까요,
빌딩 사이 뜬 개밥바라기를 보며 두 눈을 글썽이는
준아, 너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밤하늘을 보여주는구나
늑대가 나타났어요, 도와주세요,
불쑥불쑥 어둠을 내려놓는 동물 병원 앞에서 손나팔을 만들어 부는
준아, 너는 살아있는 어둠을 보여 주는구나
계단은 올라가는 거에요, 자 보세요,
엄마를 기다리며 쉼 없이 전철역 계단을 오르내리는
준아, 너는 세상에서 가장 긴 계단을 보여주는구나
때 묻은 입술로는 뱉어낼 수 없는 다섯 살배기 네 말들이
내가 읽은 올해의 가장 좋은 시구나
-시집 ?상냥한 시론?(황금알,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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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문학청춘 작품상 수상작
응달의 여인/김종태
여인이 선 자리에 메타세쿼이아 푸른 그늘이 근심처럼 드리워져 있다 그 속에서 더욱 하얗게 물든 여인의 손등이 곱디곱다 봉숭아 붉은 손톱 아래로 낮달이 떠오르는 시간이다
종아리 쪽이 헐렁한 스키니 진과 보랏빛 플랫슈즈를 신은 여인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왜일까 짧게 커트한 머리카락의 새치가 가을바람에 반짝이는 여인의 고향은 어디일까 왼쪽 어깨 끈이 늘어난 빛바랜 노란색 배낭에 늦은 오후의 바람은 뜻 모를 이야기로 두런거린다
햇빛이 놀다간 응달의 지도는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발아래 땅그림자의 가장자리가 밀려나갈 듯 밀려올 듯, 어쩌면 여인의 얼굴은 서 있는 그 자세로 황혼의 시간을 맞이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기다림이 길어지면 저녁 나무의 그림자가 다가와 입술의 핏기를 훔쳐갈는지도 모른다
버스가 두어 번 상향등을 누르며 갓길을 밟아온다 나는 푸른색 번호의 버스를 타야 하고 여인은 검정색 번호의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서서히 다가오는 엔진 소리가 철새들 울음처럼 재잘거린다
만나는 시간과 떠나는 시간이 뫼비우스 띠처럼 이어진 황혼의 문틈으로 두어 번 미소를 나눴을지도 모를 여인이여 어젯밤 꿈속의 꿈에서 코끝을 간질였던 향기의 주인공이여 아니 아니 후생의 모성이여
이제 다시 언제 만날지 모를 전생의 인연이여
-『문학청춘』(2018년 봄호)